“군대 있을 때 집이 이사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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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있을 때 집이 이사가는 기분”
[현장]YTN 남대문 사옥 마지막날 해직 2000일 맞은 해직기자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4.03.29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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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돌아오라, 해직자여 돌아오라.”

28일 오후 7시 서울 남대문 YTN타워 1층 로비에 간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2008년 10월 6일 ‘낙하산 사장’에 반대했다 YTN기자 6명이 해고된지 꼬박 2000일이 되는 이날. 로비를 메운 언론노조 YTN지부(이하 YTN지부) 조합원들은 해직기자들의 복직을 다시 한 번 외쳤다.

YTN지부가 이날 개최한 ‘해직 2000일 남대문 사옥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버티GO’는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 해직기자와 YTN지부 조합원들이 상암동으로 사옥 이전을 앞두고 남대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해직기자 6명과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 모두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이었다. 2000일을 견딘 서로를 격려하면서도 새로운 사옥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착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해직기자 6명이 낸 징계무효소송은 3년째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 도중 영상통화로 연결된 YTN법조팀 권준기 기자는 대법원의 판결 지체에 대해 “민사 상고심 처리 기간이 평균 넉달인데 해직자들 사건은 3년째 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노동사건의 경우 판결이 지체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징계무효소송은 많이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 우장균 YTN 해직기자가 해직 2000일을 맞는 심경을 말하고 있다.ⓒ언론노조
▲ 언론노조 YTN지부가 28일 남대문 사옥 로비에서 연‘해직 2000일, 남대문 사옥 마지막밤 버티GO' 행사 모습. ⓒ언론노조
해직기자들의 징계무효 소송은 1심에서 ‘전원 복직 판결’이, 2011년 2심 재판부에서 YTN 기자 6명 중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에 대한 YTN의 해고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재 <뉴스타파>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유신 YTN 해직기자는 사옥 이전과 해직 2000일 맞은 심경으로  “새건물에 대한 보도를 보고 동료들이 훌륭한 건물에서 휼륭한 방송을 해줬으면 했다”면서도 “군대에 가있는 동안 집이 이사하는 꿈을 꾸는 듯하다”고 섭섭한 감정을 털어놨다.

조승호 해직기자는 “우리가 옳았는지, 이겼는지 항상 자문을 하는데 우리가 큰 목소리를 내고 많은 분들이 싸움을 지지해 준 건 우리가 옳았기 때문”이라며 “공영방송을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는 동료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동료들을 격려했다.

해직기자들과 함께 새로운 사옥으로 향하지 못하는 현직 기자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오를 다졌다.  지순한 기자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YTN 사태 해결됐지’라고 묻는다“며 ”반드시 해직된 동료 6명이 제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2010년에 입사한 나연수 기자는 “YTN에서 일했던 기간보다 해직된 선배들이 회사를 떠나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며 “입사할 때부터 회사 안에 없더라도 돌아와야 할 선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옥에서는 다시 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권영희 지부장은 “남대문 사옥에서 만 10년이 지났는데, 해직자들은 남대문에서 절반도 있지 않았다”며 “해직자들이 빨리 돌아오지 못했지만 해직자들이 다시 돌아온 터가 아닌가보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곳에서 맞이하자”고 밝혔다.

▲ 박근혜 정부에서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에 침묵한 동안 YTN 해직기자들이 28일 해직 2000일을 맞았다. ⓒ언론노조
지난 6년동안 YTN지부의 ‘낙하산 반대 투쟁’을 곁에서 지켜본 언론노조 전현직 위원장, 언론단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도 연대의 뜻을 전했다.

해직언론인 후원 사업을 이달부터 시작했다는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7년전 YTN동료들과 함께 싸웠는데 KBS만 해직기자가 없어 마음의 빚이 있었다”며 “현장에 있는 언론인들이 열심히 싸울 때 벚꽃이 피는 것처럼 해직기자들도 예고없이 복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YTN기자 6명이 해직당한 2008년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낸 최상재 SBS PD는 “올해 동아투위 선배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지 4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자유언론실천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오는 10월 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을 맞기 전까지 정부와 배석규 사장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해직사태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 사회를 본 박진수 YTN지부 수석부위원장은 “2000일이 올줄 알았다면 누가 시작했겠냐”고 울먹이며 “오늘이 (복직을 촉구하는) 마지막 집회라고 생각한다. 꼭 상암동 시대에는 (해직기자들을) 돌아오게 해 같이 지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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