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종편 특혜 챙기고 독자 생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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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종편 특혜 챙기고 독자 생존길?
적자에도 투자 확대·보너스 광고 축소…홍석현 후계 경영 체제 구축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4.03.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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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3사가 논란 속에 재승인 심사를 무사통과한 가운데 JTBC의 ‘탈종편’ 행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JTBC는 대규모 증자를 통한 투자 의지를 밝힌 데 이어 광고시장에서도 일괄적으로 광고비를 나눠 가졌던 다른 종편과도 선을 긋는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JTBC는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의결한 이후 2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종편 중에서도 적자폭이 가장 큰 JTBC가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JTBC는 자본금 4220억원의 상당 부분을 까먹어 부채를 늘리거나 증자를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종편 4사가 2754억원의 적자를 냈던 2012년에 JTBC는 이미 누적적자 1326억원을 기록했다.

김수길 JTBC 대표는 최근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들에게 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실패하더라도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은 보도 시사프로그램의 편성을 늘리고 있는 것과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생존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60대 이상 보수층과 거리두기= JTBC는 출범 당시엔 다른 종편들과 마찬가지로 신문권력을 등에 업고 특혜로 탄생했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의 JTBC 입성으로 점차 종편 3사와 거리를 벌리고 있다. 특히 보도의 논조와 시청층의 차이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신문 독자층에만 기대선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부터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이 JTBC의 보도를 총괄하면서 JTBC  <뉴스9>는 언론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지난해 언론학자들을 대상으로 17개 언론사의 신뢰성, 공정성 등을 조사한 결과 JTBC는 공정성 부문에서 8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중앙일보>와 색깔이 다른 옷을 JTBC 뉴스에 입힌 것도 결국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따른다. <중앙일보>와 JTBC 회장을 겸직하던 홍석현 회장이 최근 JTBC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JTBC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JTBC는 홍 회장의 아들 홍정도 JTBC 부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대표이사을 맡아 후계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TV조선, 채널A, MBN에 비해 60대 이상 시청층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것도 JTBC의 특징이다. JTBC의 인기 프로그램 <마녀사냥>, <썰전>, <히든싱어> 등은 20~4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김영신 JTBC 편성실장은 “채널 시청자의 평균 연령을 뽑아보면 KBS 1TV와 종편 3사가 57~59세로 비슷하고, JTBC는 MBC와 SBS와 함께 40대 후반으로 평균 연령이 집계된다”며 “기본적인 전략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채널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광고주들에게 유효한 소비계층인 20~40세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JT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 ⓒJTBC

자존심 세운 JTBC, 시장 반응은=JTBC는 광고 판매에서도 종편 3사와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부터 <썰전> <뉴스 9>등 대표 프로그램에 한해 이른바 ‘보너스 광고’를 대폭 낮춘 데 이어 광고주들에게 시청률과 광고 효과에 따른 광고비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에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보너스 광고와 광고주들이 종편에 엔분의 일(1/n)로 배분하는 광고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종편에선 광고주가 실제 발주한 금액보다 많은 광고를 편성해주는 보너스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전략연구소장은 “언론사와의 관계에 특히 민감한 광고주를 제외하고는 지난해부터 종편에 광고비를 균등하게 집행하는 관행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시청률 격차가 벌어지다 보니 다른 종편 쪽에서도 광고주가 JTBC에 광고비의 차등을 두더라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중앙일보>가 시청률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TV이외에도 모바일과 PC를 대상으로 한 ‘통합시청률’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JTBC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시청률 조사 대상의 고령화와 거실 TV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은 젊은 세대의 시청이 많은 JTBC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시청률 조사의 문제는 채널 시청층에 따라 입장이 달라 지상파와 종편으로 나눠 볼 사안이 아니다”며 “젊은층이 많이 보는 JTBC는 TV수상기만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조사 방식에서 손해를 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JTBC의 차별화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투자가 수익 창출로 이어질지 장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양윤직 소장은 “JTBC는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QTV 등 계열사 채널을 묶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렸는데도 올 3월까지 지상파와 CJ E&M의 광고 매출이 각각 8%, 15% 줄었다는 건 그만큼 광고주들이 돈을 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도 “JTBC가 내세운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방송광고 시장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4개사를 종편사업자로 승인한 데 이어 이번에 재승인까지 해준 방통위의 결정과 지난 3년 동안 종편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해 챙긴 특혜들이 개별 종편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JTBC가 그동안 종편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다른 종편과 보조를 맞춰온 점을 고려하면 ‘탈종편’ 전략은 다소 이중적이다. JTBC는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허용 요구,  프로그램 사용료 이슈 등에 대해 다른 종편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김서중 교수는 “종편에 온갖 혜택을 주면서 생명을 연장해준 게 경쟁력을 갖춘 종편의 생존과 성장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다”며 “종편 4개가 모두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에선 JTBC도 무리한 영업 행위나 상업적인 콘텐츠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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