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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통위원장 ‘무자격’ 스스로 입증

방송편성 자유 ‘몰이해’…與 한 마디에 눈치보며 말 바꾸기 김세옥 기자l승인2014.04.01 2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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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가 1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사장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작·편성의 자율성에 대한 경영진의 침해를 당연시하는 발언으로 방송 문외한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방송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후보자는 또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다 여당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바로 말을 바꾸는 모습도 보였다. 방통위원장으로서의 독립적 업무수행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으로, 임명권자의 뜻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문제와 관련해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말했다. 현행 방송법 제4조 1항과 2항은 각각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선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노 의원은 방송법의 해당 조항을 언급하며 “누구도, 설사 청와대나 방송사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편성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방송편성의) 주체를 어디로 보느냐의 문제로, 방송사를 주체로 볼 경우 사장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방송법 제4조 2항의 ‘누구든지’라는 표현은 ‘방송사 이외의 누구든지’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다. ⓒ연합뉴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다. ⓒ연합뉴스
노 의원이 “방송사 사장은 경영 상 관여만 가능하지 프로그램 자체에 관여할 순 없다”며 최 후보자의 해석이 잘못됐음을 지적했지만, 판사 출신의 최 후보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법 제4조 3항은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제작·편성자율성을 위해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 후보자의 이 같은 답변에 언론계 안팎에선 후보자 스스로 ‘무자격’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최 후보자 주장대로라면 방송사업자는 경영적 이익을 위해 방송프로그램의 제작·편성에 마음대로 개입해 좌지우지해도 좋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진짜 방송 문외한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방송법의 해당 조항은 정치·경제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제작·편성의 자율성 침해를 금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경영진의 압력으로부터 제작·편성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으로, 이런 부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최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최 후보자의 독립적 업무수행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으로부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이에 동의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참된 공영방송을 위해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배구조 개선 공약 이행에 미온적인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추가 질의를 했다. 그러자 최 후보자는 “많은 부분에서 입법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국회에서 논의해 좋은 결론을 내리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 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의 문제제기에 최 후보자의 답변이 달라졌다. 조 의원은 “상임위(미방위)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주로 주장한 건 야당이며 관련 법안을 제출한 대부분도 야당이라는 사실을 아나”라고 따져 물으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 의원이 질의했을 때 동의한다고 하는 건 야당 주장과 제출 법안에 동의한다고 오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그런(야당에 동의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원론적으로 답변한 것”이라며 “일반론으로 방송 지배구조를 바로 잡는다는 것으로 알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강조, 여당에 코드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최진봉 교수는 “방송에 대해 이처럼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방통위원장에 앉히려는 것은, 결국 정권이 방송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의도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1989년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의 <한겨레> 압수수색 당시 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안기부는 윤재걸 당시 <한겨레> 기자의 서경원 평화민주당(이하 평민당) 의원 방북 사건 취재 자료를 압수하겠다며 1989년 7월 12일 <한겨레> 편집국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이때 서울형사지법 항소7부 판사였던 최 후보자가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이 “안기부 요청으로 언론사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방송·언론의 자유를 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있어 치명적인 이력일 뿐 아니라, 최 후보자의 영장 발부로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까지 구인돼 공안정국이 조성됐다”고 지적하자 최 후보자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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