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상식적’ 인사 조치에 ‘사원 입막음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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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교체·비(非)방송부서 이동…“길환영 사장, 공포 분위기 조성”

KBS가 최근 아나운서들에 대한 석연찮은 인사를 단행해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제작진과 사전 협의 없이 1TV <6시 내고향>의 두 명의 MC 중 한 명인 가애란 아나운서를 김솔희 아나운서로 교체하는가 하면 중견 아나운서 5명를 비(非) 방송부서로 전보 조치시켜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사원들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의 ‘기획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일방적인 MC 교체 통보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애란 아나운서는 지난 2월 28일 KBS노동조합에서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로 옮긴 12명의 아나운서 중 한 명이다.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도 지난 3일 피케팅 자리에서 “올해 새노조에 12명의 아나운서가 가입하는 등 아나운서실에는 총 32명의 새노조(KBS본부) 조합원이 있다”며 “이들의 새노조 가입 이후 MC 선정과 관련해 사측의 도발이 이어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 KBS 1TV <6시 내고향>
KBS의 한 PD는 “과거에 비춰 봐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바뀌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라 의도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일 저녁 중견 아나운서 5명에 대해 전보조치를 내려진 것과 관련해사도 ‘비상식적’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S는 서기철 아나운서는 인재개발원, 조건진 아나운서는 시청자본부, 김관동 아나운서는 정책기획본부, 전인석 아나운서는 2TV 편성부, 박영주 아나운서는 글로벌한류센터로 각각 발령받은 것이다.

앞서 사측이 지난 2012년 퇴사한 전현무 전 KBS 아나운서를 ‘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 메인 캐스터로 거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KBS 아나운서협회와 KBS본부, KBS노동조합이 이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벌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케팅이 있은 날 저녁 스포츠 중계 베테랑인 조건진, 전인석, 서기철 아나운서 등이 비 방송부서로 전보 조치되자 내부 구성원 사이에 ‘기획인사’라는 의혹이 무게를 더하게 됐다. 더군다나 KBS본부에 따르면 이들 아나운서 다섯 명은 인사명령서가 사내 전자게시판에 게시된 후에야 인사 발령이 이뤄졌음을 알게 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BS 측은 “MC 교체와 선정과정에서 CP와 팀장들과의 협의가 있었고 MC선정위원회도 거쳤다”며 “일부에서 MC가 노조원이기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새 MC도 노조원이기에 이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로비에서 사측의 일방적 MC 교체와 아나운서에 대한 부당 전보 조치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또한 아나운서 전보 조치와 관련해 KBS는 “시니어 인력 효율화를 위해 이뤄진 전보인사”라며 “아나운서 직종은 꼭 마이크 앞에서 방송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직급에서는 방송업무뿐만 아니라 업무의 보폭을 넓혀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실무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회사와 본인 발전을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사측의 입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KBS본부는 일련의 논란이 노조와 사내 구성원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보고 있다.

KBS본부는 “길환영 사장은 닮을 사람이 없어 김재철 전 사장을 닮으려 하는가? MBC에서 아나운서들을 드라마세트로 발령 냈던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며 “이번 발령은 막장 인사를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원들의 입을 막으려하는 저의에서 비롯된 기획인사이며, 그 대상자가 가장 취약한 조직인 아나운서라는 점에서 더욱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본부는 “아무리 봐도 이번 조치는 사원을 생각하지 않는 사장과 아나운서를 생각하지 않는 아나운서실장이 만들어낸 막장드라마에 지나지 않는다”며 “길환영 사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이번 인사를 철회하고 통렬히 반성하라. 결국 극단은 극단을 부를 뿐”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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