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패륜보도…‘재난보도준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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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2003년 초안만 내고 중단… ‘생존자 신상 공개 자제’ 등 담겨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과잉 보도가 잇따르면서 '재난 보도'에도 원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는 기자협회에서 2003년에 만들었다는 '재난보도준칙'이 떠돌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에서 확인해 본 결과 실제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 '재난보도준칙(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했지만 끝내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대형 재난(재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비슷한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여론의 관심이 사라지면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도해야"…여론 관심 사라지면 흐지부지

2003년 당시 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작업에 참여했던 이연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대구지하철 사고 직후 재난 보도 준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당시 한국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기자협회가 포럼을 열고 초안도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 관심이 사라지고 주최 쪽도 소극적이어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당시 초안에는 △이미 발생한 피해 상황 전달보다 앞으로 전개될 다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보도 △인명 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취재 △위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정신적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데 주력 △불확실한 내용의 검증과 유언비어 발생이나 확산 억제하는 데 기여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아울러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생존자 및 사상자의 신상 공개 자제 △근접 촬영 자제 △자극적인 장면 반복 보도금지 등 피해자와 가족의 프라이버시와 명예, 심리적 안정의 보호를 강조했다.

언론사에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재난보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무리한 취재 지시를 내리지 말도록 했고, 기자들도 안전 장비 지참과 관련 법규 숙지, 안전지침 준수 등을 제시했다.

이연 교수는 당시 '재난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보호가 가장 먼저 중요시되어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 재해나 재난 보도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고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차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재난 보도 기준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그 사이 SNS와 종편 등 케이블방송이 등장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면서도 "재난 보도에 대한 언론의 기본 자세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보면 준비 안 된 사수가 사격하는 것처럼 오히려 퇴보했다"면서 지적했다.

아울러 "3년 전 미래창조과학부(옛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난방송중앙협의회를 만들어 재난 방송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얘기는 나왔지만 정부 관심 부족으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정부의 안일한 자세도 꼬집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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