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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즐거워지는 혁명, ‘거꾸로 교실’

[제작기]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정찬필 KBS PDl승인2014.04.18 13: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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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기 싫고 수업도 지루한 게 과연 아이들만의 탓일까. 지난 2010년 미국을 시작으로 최근 수 년 사이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며 주목받고 있는 ‘거꾸로 교실’이라는 교육방법은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했다. 말 그대로 기존의 수업방식을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교실에서 하던 교사의 강의를 10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대체, 학생들에게 수업 전 미리 보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스스로 문제를 풀거나 친구들끼리 토론을 통해 복습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교사는 질문이 있는 학생에게 개별 보충 설명을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유대관계도 높아지고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자극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단순한 발상은 교실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KBS 1TV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 제작진은 직접 ‘거꾸로 교실’ 프로젝트를 진행해 대안 없이 쳇바퀴만 돌고 있는 한국 교육 현실에 새로운 희망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거꾸로 교실을 보다 갑자기 복받쳐오는 감정 때문에 한참을 소리 내 울었습니다. 수업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방송 직후 날아온 메일에 한 중학교 수학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이제 한계에 부닥쳐 좌절하고 있었다며.

“거꾸로 교실의 혁명!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손이 떨릴 정도로 무척이나 공감 가는 내용입니다.”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엄마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이의 학교에 다녀 온 뒤, 방송에 나온 실험교실 아이들이 부러워졌다며.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입대해 이제 전역을 앞둔 어느 공군 장교는 지난 예고편을 계속 돌려보며 울컥거리는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왜들 이럴까? 그냥 아주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인한 교실의 변화를 기록했을 뿐인데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이 기획의 가닥을 잡았을 때 내 마음도 그랬다. 혼자 가슴 두근거리다가 간혹 말 통하는 지인을 보면 어쩌면 살아서 할 수 있는 가장 착한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흥분상태로 떠들고 다니곤 했으니까.

<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 거꾸로 교실의 마법>, 이처럼 동화 같고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이는 제목의 기획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 한 다국적 기업이 주최한 국제 교육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 KBS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 ⓒKBS  
▲ KBS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 ⓒKBS
당시 국내엔 ‘스마트 교육’이란 개념이 마치 교육의 새 시대를 열 것처럼 요란스럽게 떠돌고 있을 때였다. 개인적으로 도무지 모호하고 주객이 전도된 듯한 그 표현에 적지 않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너무도 의심스러운 상업적인 냄새. 어쩌면 참석한 행사도 그런 류가 아닐까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컨퍼런스의 내용은 의외였다. ‘스마트 교육’류의 표현, 혹은 특정한 제품을 홍보하려는 흔적은 거의 볼 수 없었고, 모든 세션의 주제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과 그것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이었다.

혼란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곳에서 흔히 우리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교육에 대한 상식은 마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기존의 한국 교육이 가진 문제점이라면 아마도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한마디씩 거들만큼 명확한 것이었다. 주입식 교육, 교실 붕괴, 사교육, 과도한 대입 경쟁, 왕따, 학원폭력…. 그런데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지나치게 대증적(對症的)으로 접근하면서 오히려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또 행사장을 지배하는 국제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주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교육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 말은 역으로 그 흐름을 우리가 따라잡지 못한다면, 그건 개인과 사회 모두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의 추락.

그래서 세미나 참석 후 4개월 동안 매달린 것이 교육혁신의 이론과 실제 적용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다.

이미 영어권에서는 달아오르기 시작한 교육혁신의 방법, 그러나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개념. 그래서 구글을 검색하면 수도 없이 쏟아지는 관련 정보가 네이버를 검색하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는 기괴한 현실. 부수적으로 얻은 큰 소득이 바로 이것이다. 정보검색을 국내포털 중심으로 했을 경우 어떤 함정에 빠지게 되는지, 정보 강국의 허울을 뒤집어쓴 ‘인터넷 갈라파고스’ 대한민국은 여기서도 그 존재를 확인했다.

  ▲ KBS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 ⓒKBS  
▲ KBS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 ⓒKBS
기획자로서의 두근거림은 역설적으로 이 지점에서 더 커졌다. 대한민국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거의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의 교육, 게다가 그 효과와 영향은 산업혁명 이후 최고의 변화를 끌어낼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된 교실혁신 방법의 발견, 문제는 이것을 보여줄 방법이었다.

당연히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학교와 교실에서의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것. 지난해 8월 초 잔뜩 긴장하고 찾아간 부산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로부터 의외로 하루 만에 참여의사를 모두 얻어냈다.

이것은 그만큼 교육현장이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시도에 선생님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지금 교실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습니까?”라고 말하고 나면 쉽게 안정과 의욕을 되찾곤 했다.

나머진 사실 미안하리만큼 순조로웠다. 참여의지가 없고, 발표력도 떨어진다며 선생님들조차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순식간에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었고, 시작 전에 가설로 세워놓았던 아이들의 변화는 매번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에게 카메라의 존재는 이미 무시된 지 오래였다. 그러니 연출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저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한 스케줄 조정이 힘들었다면 힘들었을까?

방송 이후의 반응은 예견했던 대로였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밝으면서도 진지한 표정, 왕성한 대화와 토론, 그리고 경이로운 성적 향상까지 1편 ‘거꾸로 교실의 마법’(3월 20일 방송) 방영 후에 뭔가 의구심을 표했던 적지 않은 피드백이 있었지만 2편 ‘가르침시대의 종말’(4월 3일 방송) 이후에 부정적인 의견은 단 한 건도 확인할 수 없었다.

  ▲ 정찬필 KBS PD.  
▲ 정찬필 KBS PD.
오히려 부작용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촬영 시 아이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변화를 보여준 것처럼 이제는 선생님들이 너무 빠른 발걸음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는 방송 후 교육현장의 반응을 서서히 끌어 모아 후속 프로젝트로 연계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그 새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는지, 곳곳에서 독자적으로 ‘거꾸로 교실’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며 블로그, 카페 등에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이 속도를 받아낼 준비는 전혀 하지 못했는데…. 아무튼 3편 ‘진짜 세상을 향한 교실’은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내보낼 계획이다.


정찬필 K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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