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보는 인터뷰, 시사 프로그램 기본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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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해의 PD상 수상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

“2008년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이 궁금한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다는 시사 프로그램의 기본을 지켜왔을 뿐입니다.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시사 프로그램의 기본을 지키는 게 녹록지 않은 시대라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26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의 김현정 앵커와 이재상PD. 수상 이유를 물으니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말처럼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불공정 보도로 비판을 받는 지상파 방송사와 시사프로그램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현실이 겹쳐 보여서다.

지난 21일 서울 목동 CBS에서 <뉴스쇼> 제작진을 대표해 만난 김현정 앵커와 이재상 PD는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와중에 기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정 앵커는 “청취자들에게도 수상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 왼쪽부터 손명회, 김현정, 정한성, 이재상 PD
그렇지만 올해의 PD대상이 <뉴스쇼>에 돌아간 의미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올해의 PD상 수상은 1997년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후 두 번째다. CBS 시사프로그램이 두 차례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1997년 선배들이 수상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던 이재상 PD는 이번엔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이 PD는 “17년 전에는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 유일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었고,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용기가 필요했던 시대였다”며 “각자 목소리를 내는 매체가 많아진 요즘엔 중요한 이슈를 발굴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라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달라진 역할에 대해 말했다.

이 PD의 말처럼 CBS는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물에게 마이크를 맡겼다. 6·4지방선거를 다룰 땐 여권의 견제를 한몸에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불러 입장을 들었다. 장안의 화제가 된 ‘타요버스’에 대해선 아이디어를 낸 버스회사 대표를 인터뷰하는 식이다.

5년 동안 <뉴스쇼>를 진행한 김 앵커는 2011년 군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훈련병의 아버지를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로 꼽았다. 김 앵커는 “아버님의 마음이 동하실 때 마이크를 빌려드리겠다고 기다렸는데, 처음에 욕을 하던 아버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왔다”며 “절절한 인터뷰가 나간 뒤 군에서 의료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발표가 나오는 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엔 ‘연평도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단독으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김 앵커는 “미사에서 한 발언의 진위와 의도를 따지기 위해선 직접 당사자를 인터뷰했어야 했다”며 “여러 매체에서 박 신부 섭외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상황이었는데, 방송 전 새벽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당신들하고는 인터뷰를 하겠다는 승낙을 받아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제26회 한국PD대상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의 모습. ⓒPD저널
하지만 박창신 신부와의 인터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주의를 받으면서 ‘정치 심의’ 의혹 에 휘말렸다. 방심위는 방송심의 규정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댔다. <뉴스쇼> 제작진이 방심위에 불려가는 일이 어러번 생기면서 제작 자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 <뉴스쇼>가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날, 방심위는 <뉴스쇼>의 주의 처분에 대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재상 PD는 “방심위의 객관성 공정성 심의에 부당하다는 게 제작진의 일관된 뜻”이라며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뉴스쇼>에 대한 평가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지만 청취자들의 호응은 날로 커지고 있다. 김현정 앵커는 “방송 중에 청취자들의 문자도 2배 가까이 늘었다”며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는 제보가 먼저 올 정도로 청취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노동강도가 엄청난 프로그램이지만 최전선에서 이슈를 끌어가고 있다는 데 힘을 얻어 여기까지 왔다”고 “마이크를 놓는 순간까지 눈치 안보고 청취자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말했다. 이재상 PD도 “청취자들이 CBS 라디오에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회사에 입사했을 때 로고로 새겼던 ‘빛과 소금’처럼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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