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에선 찾아볼 수 없는 외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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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선 찾아볼 수 없는 외신들
[뉴스 속]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은 외신만 주목?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4.2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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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에 대한 비통함은 한국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 세계 각국의 정상부터 유명인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기도하는 메시지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세계에서 전해오는 기적에 대한 바람을 기사로 알리면서 비탄에 빠진 대중을 위로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바라고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격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단 한 명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한 세계의 반응만큼은 전달하지 않는 언론들도 있다. 바로 조선·중앙·동아일보다.

“선장, 살인자 같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 비판하는 해외 언론들

23일자 <경향신문> 10면에는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 정부 당국의 대응을 비판한 해외 언론과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떠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행위에 대해 “살인”이라고 규정한 데 대한 문제제기들이 해외 언론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어판에 22일 ‘박 대통령, 세월호 승무원에 이미 유죄판결?’이라는 제목으로 앨러스테어 게일 기자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신문 블로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행위가 “살인과도 같다”고 규정한 점을 언급하며 “국민적 공분에 편승한 듯 보이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관측통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재판에서 승무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문가 에이단포스터-카터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승무원들을 살인자라 규정함으로써 이미 판결을 내린 거나 다름없다.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인가?”라고 논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중략) <블룸버그통신>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도 “세월호의 비극은 한국정치·기업문화의 사각지대를 돌아보라는 경종”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정부기관이 삼류로 드러난다면 경제가 일류인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안전, 원칙, 책임 같은 말들이 이번 위기에서는 모두 대단히 부족했던 것 같다”고 썼다.

해외 언론들의 일련의 지적들은 결국 하나의 얘기로 수렴된다. 정부가 위기관리 상황에서 우왕좌왕만 거듭하며 ‘삼류’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음에도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공분이 집중돼 있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살인죄를 선언함으로써 미숙한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다른 쪽, 즉 인명 구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에게만 돌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 <경향신문> 4월 23일 10면
외신은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에 치명타” 지적, 조중동 기적 바라는 세계의 모습만

이에 앞서 <한겨레>는 지난 21일자 신문 9면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을 한 외신을 소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정치 편집자인 페터 슈투름은 칼럼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가 현 정권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외신 전문 사이트 <뉴스프로>가 전했다. 그는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에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에 대해 사과했는데, 곧 이은 선박 참사가 힘든 정치 상황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위기를 잘 버텨냈지만 침몰한 배와 수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은 그녀에게 정말로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정부의 운명은 때로는 정치와 전혀 연관되지 않은 사건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공무원들만이 아닌, 대통령의 몫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이를 주목하던 해외 언론들이 지난 주말을 전후해 일련의 비판과 지적들을 내놓고 있는 모습을 <경향신문>, <한겨레> 외에도 <노컷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 언론들에서도 자세히 전달하고 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이른바 ‘유력’ 일간지들에선 해외 언론의 이런 지적들을 찾을 수 없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함께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고 있는 모습(4월 21일 <중앙일보> 14면 <엘리자베스 여왕 “영국 국민과 함께 기도할 것”>, 4월 21일 <조선일보> 14면 <푸틴·엘리자베스 여왕도 위로>, <교황 트위터에 “한국 위해 기도를”>)만 전할 뿐이다.

▲ <동아일보> 4월 23일 10면
그리고 주목한다.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하지만 대통령은 예외다. 제 역할 못한 장관들을 하나씩 짚어내고(4월 23일 <동아일보> 10면 <‘물벼락’ 총리 ‘엉터리보고’ 장관…수습은커녕 분노만 키워>) 문책 개각을 시사한 대통령의 말(4월 22일 <조선일보> 11면 <박대통령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 퇴출”>만 앞세울 뿐이다.

지난 1993년 전북 부안 위도 앞바다에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가 발생해 3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을 당시 사고 현장을 찾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안전사고 예방을 내각에 강조했음에도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대통령은 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만큼 당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은 우왕좌왕 정부 대응에 대한 책임을 공무원들에게만 묻고 있다. 그리고 해외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참사의 책임 분리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우회적인 비판을 내놓는데도, 한국의 유력 일간지들은 대통령이 책임을 묻는 대상에 대해서만 비판을 하고 있다. 대체 어느 쪽이 한국의 언론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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