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회적 공기 아닌 흉기가 되어 국민 위협”
상태바
“언론, 사회적 공기 아닌 흉기가 되어 국민 위협”
언론단체, KBS 앞에서 ‘세월호’ 보도 규탄 촛불집회…“국민을 위한 언론 만들어야”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4.05.03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는 우리가 내는 수신료로 운영됩니다. 그런 KBS가 국민은 아랑곳없이 단 한사람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KBS가 우리에게 필요합니까.”(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비온 뒤, 봄 치고는 쌀쌀한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는 무고하게 죽어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사태에서 무력했던 언론, 그 중에서도 공영방송사이자 국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80년 해직언론인 협의회 등 8개 언론단체 관계자 50여명은 지난 2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과 함께 ‘재난 키우는 관제방송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KBS PD도 일부 참가해 KBS의 현실을 규탄했다.

이들은 촛불집회와 함께 KBS본관부터 KBS신관 정문 앞을 지나 다시 KBS본관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하며 KBS가 ‘관제방송’, ‘땡박(朴)방송’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거짓방송이 아이들을 죽였다. 방송 똑바로 해라”, “침몰하는 대한민국 박근혜가 선장이다.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외쳤지만 이들의 외침은 경찰과 KBS 청원경찰들에 의해 막혔다.

▲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2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뎔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및 ‘재난 키우는 관제방송 규탄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 지난 2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뎔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및 ‘재난 키우는 관제방송 규탄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KBS·MBC·YTN·조·중·동, 세월호 앞에 폭력집단으로 변했다”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해 촛불을 밝힌 채 묵념으로 시작된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대형 참사 앞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거듭한 공영방송 KBS에 대한 질타와 비판이 쏟아졌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참으로 한심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맥상을 우리는 세월호에서 봤다”며 “공영방송사이자 재난주관방송 KBS, 국민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만 위하는 KBS,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다. 이런 방송은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역시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가 더 이상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 버린 현실에 대해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KBS가 대표하는, 유신독재 시대에 관제방송보다 더 타락하고 추잡해진 언론 현실”이라며 “KBS는 (세월호 사태로 인해) 무너져 가는 박근혜 정부를 지키는 친위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 난 뒤에 KBS, MBC, SBS, 특히 JTBC를 봤는데 국민의 세금과도 같은 수신료를 받는 KBS는 이번에 JTBC에 못 미칠 정도로 창피하고 굴욕적인 방송이 됐다”며 “KBS, MBC, YTN, 조·중·동이 이번에 죽어가는 어린 목숨과 시민에 대해 보인 태도는 이미 우리나라를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사회로 만드는 폭력 집단임을 보여줬다”고 일침을 가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건국 이후 독재 정권과 진보 정권을 거친 언론의 민낯을 이번에 제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KBS는 왜 제대로 보도를 안 하는가. 뉴스가 정권과 박근혜 대통령에 불리할지 유리할지를 기준으로 간부들이 정하는 거 같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조직화하고, 대변했는지 오늘 이 자리에서 반성해야 한다”며 “잘못된 국가시스템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민중을 조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뎔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및 ‘재난 키우는 관제방송 규탄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하다가 KBS신관 앞에서 KBS가 ‘관제방송’으로 전락했다며 규탄하고 있다. ⓒPD저널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면, 굴종은 습관이 된다. 싸워야 한다”

이처럼 이제는 국민이 행동에 나서서 총체적 난국을 만드는 데 일조한 정부와 언론의 반성과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씨는 “먼저 우리 아들·딸들, 참 불쌍하게 죽임을 당한 우리 아들·딸들의 영혼을 위해서 하늘에게 먼저 빌어보겠다”며 숙연하게 발언을 시작하며 “사회 지도층이란 사람과 언론이 어떤 짓거리하고 있는지 똑똑히 봐왔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마치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용병처럼 국민을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장 씨는 “언론? 없다. 정부? 없다. 핍박받고 항상 뒤쳐져있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 일어나지 않기를 빌어보겠다”고 말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진짜 참사는 세월호의 참사이기도 하겠지만, 바로 현재 언론보도야말로 진짜 참사다. 지금 이 안(KBS)에 기자들이 있겠지만 기자이기보다 ‘KBS 종업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법정 스님께서 말하길 ‘저항을 해야 할 때 침묵하게 된다면, 굴종은 습관이 된다’고 했다. 지금 여러분(KBS 기자)께서는 굴종이 습관이 되어 있다. 힘 있게, 종업원이 아니라 기자로서 싸워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양 부위원장은 “애도하고 슬퍼한다고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싸워야 한다. 오늘을 시작으로 제대로 된 언론, 언론이 시민들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민주노총도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재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공동대표는 “이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여실히 봤고, 언론이 지금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보았다”며 “언론들과 힘차게 싸워나가면서 반드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언론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