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40여명 “KBS 기자는 ‘기레기 중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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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4년차 미만 기자들, 사내 게시판에 글 “잘못된 보도 사과하라”

세월호 침몰 사고 과정에서 정부의 앵무새로 전락한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KBS 입사 4년차 미만의 보도국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40여명이 집단으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KBS 기자는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했다”며 자성과 함께 KBS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2012년 입사한 KBS 38기 기자부터 지난해 입사한 막내 기자인 40기로 7일 오전 사내 기사작성용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선배 기자들의 반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 글은 현장 취재기자와 촬영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낀 점과 울분은 물론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KBS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사.

“KBS 뉴스에 왜 해경·구원파만 나오나”

KBS의 A 기자의 글은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 순간 순간 비겁함이 모여 지금의 ‘개00’ 같은 상황을 만든 것 아닌가 반성합니다”라는 기자 스스로를 자책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또 다른 B 기자는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이 나라는 대통령은 없고 물병 맞고 쫓겨나는 총리, 부패하고 무능한 해경, 구원파만 있는 건가요?”라며 “대통령은 찬사와 박수만 받아야 하고 아무 책임도 없는 건가요?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은 어디로 간 겁니까? 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건가요”라며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지 못한 KBS의 보도를 꼬집었다.

38·39·40기 기자들은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제대로 보도하세요. 왜 그따위로 방송해서 개00(KBS) 소리를 들어요”, “KBS를 어떻게 믿어요?”, “보도 똑바로 해라”, “KBS 정말 싫어” 등 KBS 기자와 KBS에 대한 비판과 욕설을 들었다며 현장에 있되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또한 이러한 보도를 지휘하는 보도국 간부들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다.

“잘못된 보도 ‘9시 뉴스’ 통해 사과해야”

C 기자는 “편파 보도를 지휘하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 화가 났다가도 금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이런 아쉬움과 반성을 토대로 유가족에게서 ‘듣고 싶은 것’이 아닌 그들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D 기자는 “국민의 편에 서서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배려하는 것. 그것이 제가 아는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KBS를 어떻게 믿어요?’라는 의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38·39·40기 기자들은 각각 올린 글 말미에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들은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물을 우리 9시 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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