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월호 잠수사 사망 조급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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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세월호 잠수사 사망 조급증 때문?
실종자 가족 탓으로도 돌려…일선 기자들까지 내부 게시판에 비판 글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5.08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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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가 세월호 사고 후속 문제를 다루면서  민간 잠수사 사망 사건을 실종자 가족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해 MBC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는가 하면 일선 기자들까지도 내부 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리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일 ‘함께 생각해봅시다’라는 코너에서 박상후 전국부 부장이 직접 나서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전했다. 박 부장은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 “사고초기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 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 등의 내용을 전하며, 더딘 구조작업의 책임을 오히려 유가족에게 돌렸다.

박 부장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유가족의 태도를 중국의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사태와 비교하기도 했다. ‘인재’로 판명된 세월호 사고를 자연재해와 연결시킨 대목이다. 그는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됐고 대륙전역이 ‘힘내라 중국’, ‘중국을 사랑한다’는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다”고 밝혔다.

▲ 지난 7일자 MBC <뉴스데스크> ⓒMBC

박 부장은 또 지난 6일 이광욱 잠수사가 수중 수색 과정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조급증에 걸인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해양경찰의 부실한 구조 현장 통제, 의료진의 늑장 배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박 부장은 JTBC <뉴스9>에서 이종인 대표의 인터뷰를 표적으로 삼은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사건 때 논란을 일으켰던 잠수업체 대표를 구조 전문가라며 한 종편이 스튜디오까지 불러 다이빙벨의 효과를 사실상 홍보해줬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가족들은 크게 실망했다”고 보도했다. “다이빙벨은 20세기 사용하지 않았다”라며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MBC 보도국 내부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일선 기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ㄱ기자는 “희생자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가진 분노의 이유와 정당함을 살피지 않았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냉철히 따져보고 우리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자면서도 따져보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이빙벨 논란에 대해서 ㄱ 기자는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언론 입장에서 비판은 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이 사안에 한정해 비판하는 것이 맞는데 천안함 얘기는 왜 나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ㄴ기자도 “유족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에 해수부장관과 해경청장에게 항의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며 “잠수사의 사망을 유족들의 압박 탓인 듯 조급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예의도, 정확한 분석도, 이후 대안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ㄷ 기자는 “유족과 국민이 뭘 잘못했기에 이런 비극에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못하게 하고, 안타까운 잠수사 죽음의 가해자로 모는 건가”라며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다. 침몰하는 MBC는 구난요청을 해도 구해줄 시청자들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도 8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KBS, SBS는 잠수사 의료․안전 지원이 매우 열악했고, 바지선 전문 의료진도 없었고, 범정부 대책본부가 사고 직후 뒤늦게 신변 안전 강화 방안을 내놨다는 내용을 보도했다”며 “도대체 어떤 근거와 팩트로, 잠수사의 사고 원인을 ‘조급증에 떠밀려서’라고 연결시킬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MBC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강도 높게 질타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인재인지 천재인지 구분이나 하고 기사를 쓰시나. 쓰촨성 대지진이나 동일본 쓰나미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과거에 언론 신뢰도 1위였던 MBC가 이 지경까지 됐으면 정말 부끄러워서 자정할 법도 한데 너무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조문기 <뉴스데스크> 편집부장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내부 게시판에 “산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듯이 한 사안을 두고 의견 역시 많은 법”이라며 “혹시라도 온 국민이 분노에 빠져 대한민국이 한발짝도 못 움직이는 상태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박상후 부장에게 전화를 했으나 “<PD저널>과는 통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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