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조사 눈감은 검찰, 언론도 똑같이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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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채 전 총장 ‘혼외자 규명’에만 초점… 검찰 미진한 수사에 ‘함구’

검찰이 지난 7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사실로 결론 내렸다. 채 전 총장에 대한 광범위한 뒷조사를 벌이는 등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일으킨 청와대에 대해서는 ‘정당한 직무감찰’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6개월 동안 진행된 수사에서 밝혀낸 사실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 그 이상 아무 것도 없었다.

특히 이번 수사 결과는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뒷조사를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이었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검찰의 수사 발표를 받아쓰는 데 급급했다. 또 채 전 총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망신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사건의 발단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9월 6일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혼외)아들 숨겼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처음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학적부, 가족관계등록부 등 각종 팩트를 나열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당시 간접적 정황을 제시했을 뿐 결정적으로 당사자인 채 전 총장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러한 보도를 두고 ‘채 전 총장 찍어내기’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채 전 총장은 현 정부에서 임명했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을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은 끝내 5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6개월 간 벌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는 사실상 확인됐고, 청와대의 감찰은 무혐의라는 게 골자다.

▲ 2014년 5월 8일자 <조선일보> 사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처음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8일 1면 스트레이트 기사, 11면, 사설 등 많은 지면을 할애해 검찰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선은 11면 기사에서 “검찰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실재한다고 결론 내리면서 8가지 근거를 제시했다”며 임 씨의 산부인과 자료, 이메일을 다수 확보해 증거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이 당사자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은 점은 짚지 않았다.

조선은 또 “검찰은 <조선일보>의 취재, 보도 과정은 정당했다”며 “불법적인 취재에 의한 보도가 이뤄진 게 아니라 독자적이고 정상적인 취재 결과에 따라 기사를 썼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婚外子(혼외자) 진실 끝까지 외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권력자의 비위를 밝혀내고 잘못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기본 사명”이라고 추켜세웠다.

지상파 뉴스의 경우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스트레이트로만 전하거나 검찰의 미진한 수사 결과를 일부 지적하는 데 그쳤다. MBC <뉴스데스크>는 “검찰 “채동욱 혼외아들 사실상 맞다” 뒷조사 의혹 ‘무혐의’”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전달했다. 검찰이 청와대의 ‘합법적 감찰’을 허용한 게 아니냐는 반론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 MBC <뉴스데스크>ⓒMBC
다만 KBS <뉴스9>과 SBS <8뉴스>에서는 검찰의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조사 절차의 적절성 여부, 혼외자 규명을 위해 수사기관이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뒷조사를 ‘합법적 감찰’로 규정한 수사 결과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는 내용을 포함해 보도했다.

KBS <뉴스9>은 “검찰은 이같은 정보조회 사실을 확인하고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며 “감찰반의 정당한 직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SBS <8뉴스>는 ‘청와대 뒷조사 논란엔 면죄부…“봐주기” 비판’이라는 리포트에서 “검찰은 특히 개인정보 수집을 주도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을 모두 서면 조사만하고 1명도 직접 조사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정보조회를 정당한 업무 수행의 일환인 감찰행위에 해당한다고 무혐의 처리한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한겨레>는 “특감반의 설립 취지는 대통령의 정적이나 민간인 사찰 시비를 피하려고 조사 대상을 ‘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으로 한정했다”며 임 씨 등 민간인 개인정보를 들여다본 것은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난해 혼외자 의혹 보도 직후 청와대의 행동을 봐도 ‘합법 감찰’이라는 논리는 사후에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2면 기사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뒷조사를 정당화하는 배경이 된다”며 “청와대는 검찰 수사로 채 전 총장 뒷조사의 명분과 적법성을 인정받고 ‘채동욱 망신주기’에도 성공해 ‘1석 3조’의 효과를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014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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