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121명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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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에 자성의 목소리…“언론 본연의 모습 찾도록 노력하겠다”

MBC 기자회(회장 조승원)가 세월호 사고 보도와 관련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 수습 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 지난 7일자 <뉴스데스크> ‘생각해봅시다’가 이번 사고의 문제의 본질을 왜곡 보도한 ‘보도 참사’라며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다”며 자사 보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1997년에 입사한 데스크급 기자부터 2012년에 입사한 막내급 기자까지 총 121명이 참여했다.

MBC기자회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다”고 밝힌 뒤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인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어 MBC 기자회는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다”며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편집을 통해 누락하거나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 지난 7일자 MBC <뉴스데스크> ⓒMBC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가 발행한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6일까지 지상파 3사 뉴스에서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 결함 또는 부실한 초동 대처를 비판한 리포트 총 132건 가운데, MBC 보도는 21건에 불과했다. KBS는 56건, SBS는 55건이었다.

특히 지난 7일 MBC는 <뉴스데스크> ‘함께 생각해봅시다’라는 코너에서 박상후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쓴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리포트를 보도해 MBC 안팎에서는 “최악의 보도”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세월호 사고 후속 문제를 다루면서, 민간 잠수사 사망 사건을 실종자 가족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내용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리포트에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 “사고초기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 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 등의 내용을 전하는 등 더딘 구조작업의 책임을 오히려 실종자 가족에게 돌렸다.

이를 두고 MBC 기자회는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라고 지적했다. 앞서 해당 리포트가 보도된 뒤 보도국 기자들은 내부 게시판에 “희생자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가진 분노의 이유와 정당함을 살피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다. 침몰하는 MBC는 구난요청을 해도 구해줄 시청자들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MBC 기자회는 또 세월호 참사를 다룬 MBC의 일련의 보도를 두고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MBC기자회는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다”고 말했다.

MBC 기자회는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MBC 기자회는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고,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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