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진숙 보도본부장 출석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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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측 “MBC 재난보도준칙 듣고자 했다”…여권 측 “시기상조”

MBC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의 야권 측 이사들이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이진숙 보도본부장을 출석시켜 MBC의 재난보도준칙을 듣고자 했으나 여권 측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측 이사 3인은 지난 8일 정기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의 수장인 이진숙 보도본부장을 출석시켜 세월호 보도 및 MBC의 재난보도 준칙을 듣자고 제안했다. 최강욱 이사가 처음 보도본부장의 출석을 주장했고, 야권 측 이사 2인이 동의했다. 하지만 김문환 이사장을 비롯해 여권 측 이사들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야권 측 이사들이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출석을 요구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7일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리포트를 내보내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사고 후속 문제를 다루면서 민간 잠수사 사망 사건을 실종자 가족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내용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보도 이후 MBC기자회(회장 조승원)와 18개 지역MBC 기자들로 구성된 전국MBC기자회(회장 심병철)가 12일, 13일 연달아 규탄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야권 측 이사는 “MBC기자회와 전국MBC기자회가 성명을 내기 전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보도본부장의 출석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여권 측 이사들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나중에 하자며 (보도본부장의 출석 요구를)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MBC 재난보도 준칙이 무엇인지 얘기해보자는 취지였지만 (여권 측 이사들이) 원천봉쇄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측 이사들은 사태가 마무리되면 보고를 받아도 늦지 않다며 출석을 반대해서 무산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여권 측 이사는 “(세월호 참사 보도는)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마무리된 다음에 보도본부장의 출석을 시키자는 거였지,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여권 측 이사도 “언론사의 재난 보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보도본부장을 불러서 하면 정치적인 쇼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 내부적으로 이사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방문진은) 사장이나 본부장이 법을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면 감독권을 행사해야하지만, 진행된 사안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묻는 건 맞지 않다”며 “사태가 마무리된 다음 MBC가 큰 틀에서 재난보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나면 개선책을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보도본부장 출석 요구를 처음 제안한 최강욱 이사는 “내일(15일)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장 출석 요구의 필요성을 다시 제기할 것”이라며 “(여권 측 이사들이) 출석에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고 한만큼 오는 6월 19일 또는 26일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장의 보고를 받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문진은 MBC가 국가재난보도의 공적 영역에서 제대로된 역할을 했느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이사들은 여야를 넘어서 MBC의 재난보도에 대한 책임감 있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문환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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