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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Musical play!] 뮤지컬 ‘프리실라’

▲ 뮤지컬 ‘프리살라’의 한 장면.
요즘 세계 뮤지컬 공연가에서 가장 인기 높은 두 형식을 꼽으라면 답은 간단하다. 바로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먼저 무비컬은 영화와 무대의 결합으로 ‘빌리 엘리어트’나 ‘원스’ 그리고 지금 막을 올리고 있는 ‘고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주크박스 뮤지컬은 왕년의 인기 음악을 가져다 극적 구성을 덧입혀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맘마 미아!’, 퀸의 음악으로 꾸민 ‘위 윌 록 유’ 그리고 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들로 꾸민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 등이 흥행 사례다. 요즘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신작 중 8할은 두 형식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무대가 등장하고 소비되고 있다. ‘향수’와 ‘복고’가 유행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 시간 남짓한 무대에서 낯선 이야기를 새로운 음악으로 소비해야 하는 부담 없이 익숙한 줄거리와 음악을 다시 즐기는 즐거움이 요즘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발상의 전환, 새로운 사고와 인식이 진보를 이뤄내기 마련이다. 인기 장르나 형식도 적절히 뒤섞거나 새롭게 충돌시켜 오히려 새로운 형식적 실험을 추구하는 경우가 늘 등장한다. 무비컬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크박스의 묘미도 함께 추구하는 부류의 작품들은 그래서 더더욱 재미난 사례가 될 수 있다.

▲ 뮤지컬 ‘프리실라’ 포스터
올여름 우리나라에서도 개막 예정인 뮤지컬 ‘프리실라’는 바로 이런 실험이 흥미로운 전형적인 사례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1994년 발표된 호주 영화 <사막의 여왕, 프리실라의 모험>이다.

주연을 맡았던 배우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으로 나왔던 휴고 위빙과 ‘메멘토’의 성격파 배우 가이 피어스 등인데, 호주 시드니에서 앨리스 스프링스까지 이어지는 사막 횡단 버스 여행 속에서 주인공인 ‘틱’이 여장남자가 등장하는 드레그 퀸 쇼를 함께하는 친구들과 겪게 되는 일련의 모험과 여정을 다루고 있다.

뮤지컬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영화가 세상에 소개된 지 꼭 12년 만의 일인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의 인기 한국 영화를 소재로 다룬 창작 뮤지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뮤지컬은 영화를 만들었던 호주 제작진이 직접 참여해 작품의 일관된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더해 그만의 매력을 더하는 진일보한 작품으로 진화되어 완성됐다. 익숙하면서도 다시 재미있고, 잘 알면서도 다시 새로워야 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흥행 공식이 적절히 반영된 콘텐츠의 성공적인 진화를 이뤄냈다고 평가할 만하다.

화려한 드레그 퀸 퍼포먼스는 이 뮤지컬의 볼거리이자 매력이다. 영화에서도 큰 평가를 받았던 무대 의상이 무대에서는 더욱 흥미롭고 화려하게 재연된다. 360도를 LED로 치장한 버스 세트, 갖가지 화려한 의상과 비주얼 효과 등은 무대만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켰다. 여기에 백미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무대용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프리실라’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컴필레이션 쇼 같은 특성을 덧입히게 됐다. 덕분에 무대에서는 ‘왓츠 러브 갓 투 두 윗 잇’, ‘고 웨스트’, ‘보스 사이즈 나우’, ‘걸스 저스트 워너 해브 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 됐던 ‘아이 윌 서바이브’ 등 주옥같은 왕년의 히트 팝송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멀뚱하게 서서 노래방 분위기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온갖 형형색색의 의상과 무대효과가 더해져 무대에는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실제로 해외 공연장을 찾아보면, 어깨를 들썩이며 환호하고 즐기는 다양한 연령의 관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아예 파티 차림을 하고 실컷 즐기러 무대를 찾는 관객들도 많다. 덕분에 요즘 젊은 세대들의 표현을 빌자면 ‘불금’에 더 표구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재미난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올 여름 우리 극장가에선 어떤 모습으로 재연될지 우리말 공연과의 만남이 사뭇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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