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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세월호 참사 보도 반성문 쓰는 언론들, 침묵하는 MBC

세월호 참사 한 달째였던 어제(5월 15일) KBS가 ‘반성’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입에 올렸다. 메인뉴스인 <뉴스9>의 10번째와 11번째 리포트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지난 한 달 동안의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KBS 구성원들까지 나서 세월호 보도에 대한 반성과 사장 퇴진까지 요구하는, 여론이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후에야 나온 보도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더욱이 부적절한 언사 끝에 보직해임 된 김시곤 전 보도국장으로부터 나온, KBS가 메인뉴스의 톱까지 정권에 의해 임명된 사장의 지시를 받아 결정해 왔다는, 즉 공영방송이 아닌 ‘국영방송’으로 운영돼 왔다는 폭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등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흡하게 시작한 반성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4월 18일 KBS <뉴스특보>)라는 자극적인 표현의 오보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았던 보름 전만 해도 오보를 인정하지 않고, 되레 “우리(KBS) 보도로 시신 수습이 활발해졌다”며 공(功)을 말하던 모습과 비교할 때, 변화인 건 사실이다.

▲ 5월 15일 KBS <뉴스9> ⓒKBS
특히 11번째 리포트의 제목(“‘대통령 부각·유족 소홀’ KBS 보도 반성합니다”)에서부터 KBS가 참사 보도에서조차 대통령의 긍정적인 모습에만 집중하고,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신중한 보도 대신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정부발표 받아쓰기에만 급급하면서 오보를 양산하는데 기여했음을 인정한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런 ‘인정’이 중요한 이유는 KBS를 향한 비판의 얘기들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안팎의 여론의 떠밀려 시작한 반성이라도, 일단 KBS를 향한 비판의 시선들을 의식하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KBS는 그 다음의 절차를 밟기 위한 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당장 KBS <뉴스9>는 리포트에서 “KBS 보도본부 간부와 기자들은 조만간 세월호 보도를 되돌아보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KBS는 KBS의 문제를 지적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듯 행세했다. 언론학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KBS에 보이는 신뢰가 줄어들고 있다는 갖가지 설문조사 결과도, 수신료 인상은커녕 현재의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나 있는 곳이냐는 비판들도 “일부의 여론”이라고 무시하면서 단단한 벽을 쌓아왔다. 하지만, KBS는 어쨌든 자사의 얼굴인 메인뉴스를 통해 잘못을 ‘인정’했고, 안팎의 말을 들을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자리들로 KBS가 사실상 대통령의 재가로 사장을 결정하고 그 사장의 지시로 보도를 결정해온 구조를 바꾸는, 그리하여 청와대가 경영하는 ‘청영방송’, ‘국영방송’ 등의 불명예를 털어내 반성을 완성해 제대로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주목할 곳은 MBC다. 참사 보도를 ‘보도 참사’로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MBC 역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시민편집인에게 공간을 제공한 16일자 <경향신문> 16면에서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제일 먼저 현장에 달려간 목포MBC 취재진이 ‘160여명밖에 구조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는데도 (MBC) 서울 보도본부가 무시한 사례는 언론에도 ‘과실치사죄’를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노를 자아낸다. 언론이 ‘전원 구조’라는 초대형 오보를 내지 않았더라도 구조인력이 그렇게 늦게 도착하지는 않았을 터”라고 지적한 데서도 MBC의 문제는 드러난다.

▲ 5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MBC
하지만 MBC가 보이고 있는 것은 ‘침묵’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째였던 지난 15일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선장 등 4인이 ‘살인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뿐, 언론 역시 참사의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홀로 자유로운 듯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MBC는 선택했다. 이런 비판에 모욕이라 대응하며 싸우는 길을 말이다. KBS가 어쨌든 반성을 말했던 날 MBC는 지난 8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고(GO)발뉴스>를 진행하던 MBC 해직기자인 이상호 기자가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왜곡 보도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해 “허위 사실로 MBC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형사 고소에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KBS와 MBC만큼 직접적인 공세를 받고 있지 않은 SBS도 지난 15일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유예은 양의 부친 유경근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이 받고 있는 불신의 이유들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16일자 신문 2면 전체를 할애해 “세월호 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긴 반성문을 썼다.

어떤 언론도 ‘보도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홀로 자유롭기를 선택한 듯한 MBC. 흡사 맨몸으로도 홀로 휘황찬란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며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이다. 더구나 한 아이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말을 모욕이라 한다. MBC, 당신들을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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