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방통위원들, KBS 정상화 결의문 채택 거부
상태바
與 방통위원들, KBS 정상화 결의문 채택 거부
野 김재홍 위원 제안에 “행정부 일원으로 부적절한 행위”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5.23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이 23일 KBS 정상화를 위해 상임위원 명의로 결의문을 채택하자는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의 제안을 거부했다.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는 게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이 제시한 이유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170일 파업 당시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5인 위원은 전원 명의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결국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은 길환영 KBS 사장을 통한 청와대 보도통제 논란과 그로 인한 최근의 방송 파행 상황을 방통위 차원에서 조사해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1항과 2항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동법 제99조에 따른 시정명령 혹은 검찰 고발을 검토하자는 제안과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수정의견을 제출하자는 제안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 사진은 과천 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노컷뉴스
2012년 MBC 파업때 결의문 채택했던 방통위원들, 2014년엔 왜 안 되나

김재홍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열린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현안사항으로 KBS 정상화를 위한 방통위 조치에 관한 사항을 안건으로 올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인 KBS에서 발생한 오보와 정권 편향 보도 논란에 이어 유가족들에 대한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으로부터 길환영 사장을 통한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사례에 대한 폭로로 촉발된 기자·PD의 제작거부, 보직사퇴, 뉴스 파행 등의 사태를 방통위가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김 상임위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KBS의 부정확하고 편향된 보도들이 문제 됐는데, 그 과정에서 보도책임자로부터 사장이 청와대의 전화를 받고 보도를 통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방송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주무기관으로서 방통위가 파행하고 있는 KBS의 정상화를 위해 (길환영 사장 등의) 방송법 제4조 1항과 2항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관련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를 위해 △방통위 상임위원 전원 명의 결의문 채택 △길환영 사장과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논란 관련 방송법 위반 여부 조사 및 시정명령 혹은 고발조치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수정 의견서 국회 제출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권 추천 위원들은 곧바로 난색을 표시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결의문 채택 제안과 관련해 허 부위원장은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구로 정치적 기구가 아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제안”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KBS 사태에 대한 방통위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허 부위원장은 “KBS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자고 주장하는 건 자칫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수정의견 제출 제안에 대해서도 허 부위원장은 “이미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상황에서 수정제안은 아무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정치적 행위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하며 거부했다.

허 부위원장은 이어 “(김 상임위원과) 근본적으로 방통위와 공영방송의 관계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다”고 밝힌 뒤 “최근의 KBS 사태에 대해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차분히 상황을 지켜본 후 이 상황에 대처할 것인지,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 역시 “방통위는 사회단체나 협회, 정치권과는 달리 행정부의 일원인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정책을 결정하고 의결하는 기관인 만큼, 내용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KBS 사태에 대해) 결의문을 채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보도개입 논란으로 KBS 기자와 PD들이 제작거부를 하면서 KBS에선 메인뉴스 축소, 아침뉴스 결방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고 파업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일련의 상황이 방송법 제4조 1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동법 제99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하자는 게 김 상임위원의 주장이다.

▲ 3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식이 지난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그러나 이기주 상임위원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내용으로 KBS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지금 뉴스가 일부 축소·결방되는 상황이 방송법 제99조에서 말하는 방송 중단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방송법 제99조는 방통위원장과 미래부 장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을 중단하는 등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방송법 또는 허가조건·승인조건·등록요건을 위반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청와대의 보도개입 논란으로) 공영방송이 축소·결방되는 등의 파행이 벌어지고 있는 게 어떻게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을 것일 수 있나”라고 말하며 99조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의 대상은 KBS 경영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KBS는 재허가 심사 당시 방통위에 질 높은 방송으로 시청자 이익에 부합하겠다고 밝혔고, 방송법 제44조 1항(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을 실현해야 한다)도 KBS에 방송 공정성 실현의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길환영 사장 등이 방송법 제4조 1항과 2항 등의 위반과 (벌칙조항인) 동법 제105조(4조 2항에 위반해 방송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어 “지난 2012년 MBC노조(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당시 방통위 상임위원 전원 명의로 결의문을 낸 일이 있다”며 “(행정부의 일원 운운하면서) 방송정책의 기본계획을 수립·집행하고 있는 방통위가 작금의 KBS 사태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뿐더러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김 상임위원의 거듭된 제안과 주장에도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오는 26일 KBS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상정 예정 등의 일정을 들어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김 상임위원의 제안 안건을 의결하지 말고 계류 상태로 두자”는 이기주 상임위원의 제안이 있었고, 최성준 위원장 등도 이에 동의했다.

형식적으로는 KBS 사태와 관련해 방통위가 추후 논의를 이어갈 여지를 만들어둔 것이긴 하지만, 김 상임위원의 제안을 일단 계류시키로 결정하는 순간에도 “방통위가 직접 나서는 건 적절치 않다”(허원제 부위원장)는 의견이 나온 상황을 감안할 때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음은 김재홍 상임위원이 제안한 방통위 결의문(안) 전문.

1.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지도급 간부들과 청와대 당국자의 방송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발 또는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다.

2. KBS의 경영기관인 이사회는 국가기간방송과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역할할 것을 요청한다.

3.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편향보도 논란과 피해유족들의 심각한 항의를 모니터링하고 자료화하여 2017년 12월 재허가 심사에 엄정하게 반영할 것임을 예고한다.

4. KBS는 준조세로 불리는 수신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 저녁 9시뉴스 시간의 축소나 아침뉴스의 결방과 같은 방송파행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경영기관인 이사회가 책임있게 역할하지 않는 한 최근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긍정적인 의견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재검토 수정의견서로 대체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