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징만 박수받는 SBS 뉴스 바꿔야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채수현 신임 언론노조 SBS본부 위원장

내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언론노조 SBS본부(이하 SBS본부) 채수현 위원장이 이 자리를 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SBS본부 선거가 후보자 미등록으로 무산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SBS본부 비상대책위원회가 채수현 위원장을 추대하고,  채 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집행부 공백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통상 PD와 기자가 번갈아가면서 본부장을 맡아왔던 관례도 깨졌다. 채 위원장은 SBS 본부 최초 ‘기술직군위원장’이 됐다. 14대 SBS본부 출범 과정을 두고 노조 활동을 꺼리는 내부 분위기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난 22일 SBS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채 위원장은 ‘노조 기피’ 현상을 학습된 결과라고 봤다. 노조 내 의사결정 기구인 상무집행위원회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다고 그는 토로했다. “노조 위원장이 아니라 국장, 본부장을 뽑는다고 했으면 여러 사람이 손을 들었겠죠. 역대 노조 위원장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조합비를 내는 의무만 하고, 노조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 위원장
채 위원장은 2004년 SBS본부 정책국장, 2005년 SBS본부 부위원장, 2009년 언론노조 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SBS가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2004년엔 지주회사 전환 논의가 시작된 시기였고, 2009년에는 ‘미디어악법’ 저지 투쟁으로 언론계가 들썩이던 때였다. 모두 SBS와 언론의 앞날이 걸린 이슈였지만 그는 “실패한 투쟁이었다”고 자조 섞인 평가를 내렸다. 이번에 SBS위원장직을 수락한 계기도 당시 활동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당시에는 SBS의 대주주가 미디어 홀딩스로 바뀌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SBS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으로 판단했어요. 되돌아보면 미디어홀딩스 전환에 동의한 게 현재의 경영권 강화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부채 의식이 있습니다.”

앞으로 중점 과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독립경영’, ‘소유와 경영 분리’를 꼽았다. “KBS와 지역민방을 보면 언론사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선 물적 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3월 SBS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당기순이익의 절반 가까이 배당받았어요. SBS 주주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SBS가 수준 높은 프로그램과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보도 공정성 역시 SBS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은 SBS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KBS와 MBC가 세월호 언론 보도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고, SBS와 두 공영방송사간에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언론 환경이 전반적으로 퇴보하면서 SBS와 JTBC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널리즘 가치를 잘 구현하느냐 물으면 한참 못 미칩니다. SBS 뉴스에 대한 호평은 주로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시원했다는 것인데, 클로징 앞에 보도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하죠.”

이를 위해 노조 차원에선 공정방송실천위원회를 중심으로 보도 감시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 20일부터 6·4지방선거 모니터를 벌이고 있다. “꼭 보도해야 할 사안을 빼는 건 아닌지, 의제 설정은 적절한지 공정방송실천위원회를 통해 꼼꼼하게 감시해 나갈 겁니다. 시청자들도 SBS 뉴스를 믿으면 안 됩니다. 깐깐한 소비자의 자세로 의심하고 문제가 있으면 호되게 질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금 잘한다고 손뼉 쳐 주면 언론이 제대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의 화려한 경력 탓에 SBS 안팎에선 ‘강성 집행부’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채 위원장은 ‘중도보수’를 새 집행부의 이념지향으로 제시했다. “사회적으로 수구세력이 득세하다 보니 생긴 오해라고 봅니다.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과 임금 안정,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게 보수적인 구호지 혁명을 꾀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강화해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