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도 KBS 사태 알아서 해결하라는 與 방통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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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방통위원 제안 KBS 정상화 관련 안건 의결 사실상 거부

“KBS 출신으로서 볼 때 KBS 구성원들은 정부 등 누구도 이 문제(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논란 등)에 간섭하지 않길 바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량 함양 등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KBS이사회가 길환영 KBS 사장 해임안 표결을 보류하면서 KBS 양대노조가 29일 오전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 여권 추천 위원들은 KBS 정상화를 위해 작금의 사태와 관련한 자료제출 등을 요구하고 이를 검토해 행정처분을 검토하자는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날 오전 상임위원 회의에 김재홍 위원이 발의해 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KBS 정상화를 위한 자료제출 요구 및 행정처분에 관한 건’을 계류시킨 것이다. 형식상 안건을 계류시켰지만, 회의 과정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에서 쏟아낸 오보와 편향 보도, 그리고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및 청와대의 보도통제 논란 등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해당 안건의 채택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성준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논란 등과 관련해 방통위가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원장, 옛 신문법 조항 언급하며 KBS 사장 보도·편성 개입 옹호?

김재홍 상임위원이 이날 회의에 제출한 ‘KBS 정상화를 위한 자료제출 요구 및 행정처분에 관한 건’은 방송법 제4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KBS의 공적책임 이행과 함께 소속 구성원 제작거부에 따라 파행하고 있는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동법 제98조 1항에 근거해 KBS 등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제99조 1항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추천 위원들은 “현재의 KBS 사태에 매우 우려하고 있고, 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 방송에 문제가 없길 희망한다”(최성준 위원장)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재홍 위원과 해법은 달랐다.

우선, 허원제 부위원장은 “KBS 사태에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도 “KBS 사태가 내부의 성숙한 역량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 부위원장은 “KBS는 사장이나 노조가 아닌 국민의 방송이며, 언론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인 만큼 정부에 의한 언론 검열·통제는 있을 수 없다”며 “그런만큼 설사 (방송법) 법조문에 (자료제출 요구권 등)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지극히 제한적으로,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최근의 KBS 사태에 대해 방통위가 직접 규제와 간섭에 나서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도 “KBS의 경영을 위한 최고의결기구인 KBS이사회가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있는 만큼, 방통위가 나서서 시정명령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허 부위원장은 방송사 사장의 편성 개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로 길환영 사장이 보도에 개입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고, 이에 따라 김재홍 상임위원 뿐 아니라 언론계 안팎에선 누구든 방송편성에 규제나 간섭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방송법 제4조 2항을 길 사장이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허 부위원장은 “방송사 사장이 편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가, 방송법 제4조 2항의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간섭을 해선 안 된다’ 규정에서 ‘누구든지’에 KBS 사장이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며 “(개입해선 안 된다고) 기정사실화하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방송법 제4조 2항의 ‘누구든지’는 외부의 세력을 뜻하는 것이라며 방송사 사장은 편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논란이 됐던 최성준 위원장은 이날 이미 개정된 옛 신문법 조항을 언급하며 사장의 편성 개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최 위원장은 옛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누구든지 정기간행물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에 관하여 어떤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이 방송법 제4조 2항과 같은데,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옛 신문법의 해당 조항을 국가로 대표되는 외부세력의 규제와 간섭으로부터 편집권을 보호하는 기능이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4조(편집의 자유와 독립)는 ‘신문 및 인터넷 신문의 편집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1항), ‘신문사업자 및 인터넷신문 사업자는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해야 한다’(2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에 대해서도 사업자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때문에 보다 공적인 매체로 분류되는 방송에서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김재홍 상임위원이 “전파매체의 공적책무는 (인쇄매체와) 다르다. (더구나) 과거의 신문법을 준용해 그렇게 말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다.

한편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과 동법 시행령에 방송사업자들이 재난방송 결과에 대해 방통위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며 “세월호 참사 재난보도와 관련해 KBS·MBC·SBS,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 등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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