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기] 원자력 홍보하는 ‘꿈의 기업’을 보는 씁쓸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1TV에서 일요일 낮 12시 55분에 방영되는 <스카우트>는 특성화 고등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바이벌 형식을 접목해 우승자에게 ‘꿈의 기업’에 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학생들이 경합을 벌일 ‘꿈의 기업’이 달라지는데, 해당 회사의 주력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관련된 인재를 주로 뽑아왔다.

요즘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취업난’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학력 차별이 강한 사회이고, 대학 졸업생들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서 고졸 학생들에게 ‘이름 난 회사’의 정규직 자리를 부여한다는 데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11년 11월 9일부터 이 프로그램이 꾸준한 관심 속에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런 데에 있지 않을까.

▲ KBS 1TV <스카우트>ⓒKBS

그런데 프로그램이 원래의 취지보다는 점점 더 기업 홍보에 이용되는 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방송에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려면 기업에도 이득이 될 무언가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지난 1일 방영된 119회 ‘꿈의 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이 뽑고자 한 직원은 하필이면 ‘홍보팀’ 신입사원이었다. 전기절약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방송 전반에 ‘원자력’에 대한 홍보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시민들 사이에 ‘탈핵’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설계수명이 지난 낡은 고리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기로 한 정부 결정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리원전 1호기는 130여 번의 크고 작은 사고·고장이 일어났다. 새로 건설되는 신고리 핵발전소를 둘러싼 납품비리, 부품위조 등의 문제도 드러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원자력이 ‘경제적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원자력문화재단은 전기요금에 함께 부과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운영된다. 이는 원자력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이라고 해도 꼭 내야 하는 돈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은 2002년 1월부터 2010년까지 총 1009억 8700만원을 원자력 홍보비로 집행했다. 이 중 상당부분이 드라마 간접광고(PPL), 원자력특집 다큐멘터리 제작 등 방송을 통한 홍보에 사용되었다. 2005년~2008년까지 4년 동안 언론광고비로 집행된 돈은 76억여 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한국수력원자력은 2005년~2010년까지 19개 신문사에 30억 7000여만 원의 홍보비를 집행했다.

‘스카우트’보다 원자력홍보에 더 관심 있어 보이는 <스카우트> ‘한국수력원자력’ 편이 불편했던 이유다. ‘꿈의 기업’이라는 수식어는 그 대상이 된 기업이 좋고, 대단해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그러니 세금도 내고, 수신료도 내는 시청자들로서는 공영방송이 허락한 그 수식어가 합당한 지 제대로 좀 따져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