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떠난 자리, 혹시 제2의 길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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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떠난 자리, 혹시 제2의 길환영이?
“수신료 인상 노력, 지배구조 개선에 쏟아야”…국정조사도 관건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6.0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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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보도와 제작에 일일이 간섭해 온 것으로 알려진 길환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5일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가 의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회의 해임 제청을 수용하면 이사회는 곧바로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KBS 사장 선임 구조는 길환영 사장 체제를 만들었던 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나섰던 언론노조 KBS본부가 길 사장 해임안 가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KBS 사태는 단순히 길환영 사장 해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도개선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지배구조 개선 실패하면 ‘제2의 길환영 체제’ 가능성 배제 못해

현행 방송법 제49조에 따라 KBS이사회는 사장 임명제청을 맡는다. 문제는 이사회가 여야 추천비율 7대 4 구조이며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에선 여권 추천 이사 3인이 야권 추천 이사 4인과 뜻을 같이해 ‘해임안 가결’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이는 그간의 KBS이사회의 의사결정 내역을 통틀어도 이례적인 일이다.

즉, 현재의 제도에 변화가 없다면 길 사장 해임안을 가결시키는 데 역할을 했던 여권 추천 이사들이 또 다른 여권 추천 이사들과 함께 제2의 길환영 사장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례로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해임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가 후임 사장으로 선택한 김종국 현 사장은 MBC 안팎에서 ‘제2의 김재철’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현재 국회엔 K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들이 여럿 상정돼 있다. 6인(새누리당 남경필,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유승희 도종환 배재정 최민희 의원)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설치법 등의 개정안이 담당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여야 추천 비율 동수 이사회와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 2 찬성)를 통한 사장 선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 길환영 KBS 사장 ⓒKBS
문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국회, 특히 여당의 의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실례로 지난해 4월 여야 합의로 구성한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방송공정성특위)는 여당의 비협조 속 “공전 특위”라는 불명예 속에 같은 해 11월 특별다수제 도입과 여야 추천 비율 동수 이사회 등에 대한 내용에 합의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선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게 우리(여당)의 의견”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필요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광온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는 새누리당은 침묵하는 중이고, 공약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집권 이후 이 문제를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공정성특위의 자문을 맡았던 위원들이 여야 성향을 떠나 특별다수제 도입에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별다수제는) 현실에서 합의 가능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국민 여론만큼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KBS 구성원들이 지금의 구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여권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수신료 인상을 위해 쏟은 노력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의혹 해소도 정상화의 조건…길환영 사장, 국정조사 출석할까

KBS 사태의 해결, 즉 진정한 의미의 KBS 정상화를 위해 지배구조 제도 개선과 함께 병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장영주 전 기획제작국 CP 등 KBS 간부들로부터 제기된 길환영 사장을 통한 청와대의 KBS 통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여야 합의로 구성한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 특위가 지난 2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KBS는 MBC와 함께 국정조사 대상에 올랐다. 김시곤 전 국장은 이미 세월호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의 외압 사실을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길환영 사장도 이제 자연인으로서 국정조사 증인으로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자신이 겪은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실상과, 자신이 행한 보도개입의 진실을 한 점 숨김없이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 오는 8월 말 시행되는 개정 방송법은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차기 KBS 사장 지명이 늦어질 경우 해당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첫 사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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