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월드컵’ 속 끓이는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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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애도 여론에 홍보 최소화 … 막대한 중계권료에 광고 판매까지 부진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브라질 월드컵을 코앞에 둔 지상파 방송사의 속내가 복잡하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지금까지 방송사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다르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 등으로 침체된 광고시장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애도 분위기에 ‘월드컵 띄우기’에 나서지도 못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세월호 참사 두 달 채 지나지 않아 맞게 된 탓에 어느 때보다 ‘조용한 월드컵’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02년 전국을 붉게 물들었던 거리응원전은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월드컵이 전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거리응원은 증거 인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일 세월호와 월드컵을 주제로 열린 집담회에서 정용철 서강대 교수(체육교육학과)는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이지만 세월호 참사가 축제 기간과 맞물려 있는 우리나라에선 양립하기 어렵다“며 “월드컵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서 월드컵에 돌입하면 세월호 애도 분위기가 잊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오는 13일 개막하는 브라질 월드컵은 세월호 여파 등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응원단의 모습. ⓒSBS
■ 온라인·해설진 중심 차분한 홍보=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지상파 방송사의 월드컵 방송 홍보에서 떠들썩한 마케팅은 찾아볼 수 없다. 8년 만의 지상파 3사 공동중계이지만 자사 예능 프로그램과 스팟광고 등을 통해 중계방송의 얼굴인 해설진을 알리는 수준이다. 한달 전부터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의 애도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월드컵 붐업 조성을 위한 시간도 부족한 데다 예전만큼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거리 응원전 등의 오프라인 이벤트보다는 SNS 등의 소셜미디어를 위주로 홍보하고 있고 캐스터의 전문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올해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선 ‘조용한 월드컵’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세월호 여파로 상반기 적자 폭이 증가한 지상파 방송사는 막대한 중계권료를 만회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올 1분기까지 KBS는 168억원, SBS는 47억원의 적자를 냈다. 세월호 사고로 정규 프로그램이 대거 불방된 4월엔 방송사마다 적자 규모가 100억원가량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고액의 중계권료도 큰 부담이다. SBS가 FIFA에 월드컵 단독 중계권료로 지불한 금액은 75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중계를 맡은 지상파 3사가 250억원씩 분담한 셈이다.

■ 월드컵 ‘손해 보는 장사’ 기정사실화= 중계권료의 상당 부분을 광고수익으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광고 판매 상황은 밝지 않다. KBS와 MBC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광고주들과 월드컵 광고 패키지 판매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월드컵이 개막하고 국가대표팀 경기 성적에 따라 추가 광고와 편성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KBS 관계자는 “패키지 광고는 계속 판매하고 있지만 (KBS 내부 상황과 맞물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안팎에선 광고 판매액을 달성해도 적자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와 한국 대표팀에 대한 낮은 기대 심리 등 방송 광고 판매가 저조한 요인은 복합적”이라면서 “관심이 가장 큰 한국전 경기가 새벽 4~5시대나 출근 시간대에 진행되는 것도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상파 채널의 매체력 저하 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텐데 언제까지 지상파 방송사가 국가적 지원 없이 대형 이벤트를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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