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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확보 내부 개혁과제 분출…PD협회, 시사프로 개입 진상 조사 등

길환영 KBS 사장이 안팎의 퇴진 압박으로 결국 해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후 KBS 이사회(이사장 이길영)의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재가했다. 길 사장 해임으로 KBS는 류현순 방송부문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들어갔고, KBS이사회는 30일 내에 차기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파업에 나섰던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와 직능단체들은 길환영 사장의 해임은 공영방송 KBS가 오랜 시간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불명예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새 사장 선임에 앞서 파업 기간 중 내부에서 분출된 개혁 요구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의에 들어갔다.

KBS본부는 우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 개정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KBS이사회가 여야 추천 이사 7대 4로 구성되다 보니 정부와 여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현재 KBS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라 이사회 안건은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어 여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그러나 법 개정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당장 신임사장 선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난해 이사회에서 불발된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 2 찬성)를 우선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 KBS 이사회가 지난 5일 길환영 해임제청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 중인 가운데 양대노조가 KBS신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언론노조
직능단체들은 방송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PD협회와 기자협회는 주요 국장들에 대한 직선제를 비롯해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KBS PD협회(협회장 홍진표)는 10일 PD총회에서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해 국장직선제 내지는 국장 임면동의제를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혁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1988년과 2004년 박권상 사장과 정연주 사장 시절 KBS 굴종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 기획됐듯 자성적 의미의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고민에서다.

또 지난 9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심야토론>, <추적 60분> 등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던 장영주 기획제작국 CP가 지난 3일 폭로한 길환영 사장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개입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KBS 기자협회(협회장 조일수)는 지난 9일 열린 총회에서 보도본부와 함께 제도와 뉴스 개선을 위한 두 개의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국장임면제나 국장평가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발굴 기사의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보도위원회 운영세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현재 취재와 제작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 기자 대표로 기자협회장이 하루 두 차례 뉴스 편집회의 중 오전 회의에 참석한다. 이 범위를 확대해 본부장과 국장단이 참석하는 오후 축조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실무자가 뉴스 제작과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러나 각 직능별 개혁 요구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차기 사장 선임에 따라 좌우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따라서 각 직능별 개혁 과제를 차기 사장 선임의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노조를 비롯해 각 직능단체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 5일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가결되자 KBS본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국장직선제 등 내부개혁 제도) 수용할지는 후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적합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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