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원장, 역사관도 정치성향도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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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방심위 출범…박효종 위원장, 朴대통령 캠프 출신 뉴라이트 역사학자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에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으로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는 등 편향된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윤리교육과)가 17일 선출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박 명예교수의 임명을 밀어붙인 결과로 언론계 안팎에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에 이은 최악의 인사 참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기 방심위원 9인은 이날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어 박효종 명예교수를 위원장에 선출했다. 관례에 따라 대통령 위촉 위원 중 연장자를 호선한 결과다. 부위원장엔 김성묵 전 KBS 부사장이, 상임위원엔 2기 방심위원을 지낸 장낙인 전북대 초빙교수(신문방송학과)가 각각 선출됐다.

3기 방심위원은 박효종 명예교수, 함귀용 변호사,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 이상 대통령 몫), 김성묵 전 KBS 부사장, 고대석 전 대전MBC 사장, 장낙인 전북대 초빙교수(신문방송학과, 이상 국회의장 몫), 하남신 전 SBS 논설위원, 박신서 전 MBC PD, 윤훈열 동국대 겸임교수(이상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몫) 등이다.

하지만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에선 박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등을 심의하는 방심위원장에 박 위원장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의 배경엔 박 위원장의 이력이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으로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는 등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박효종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박 신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취임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우선 박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를 맡았다. 방송의 공정성 등을 심의하는 방심위원장에 특정 정파의 이해를 위해 앞장섰던, 심지어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을 임명한 건 지난 정부에서도 없던 일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심위를 민간 독립기구로 규정하고 있다”며 “입법 정신에 입각해 방심위원들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캠프 출신의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역설에도 불구하고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당장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인물에게 정치적 독립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는 일”이라며 “박효종씨 임명 강행은 방송통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선언이자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의 역사관도 문제다.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 포럼 회장으로 활동한 박 위원장은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과 함께 방송 인터뷰에서 “5·16은 혁명”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위원장과 함께 3기 방심위원에 임명된 함귀용 변호사 또한 2003~2004년 KBS·MBC 등에서 방송된 송두율 교수 프로그램을 두고 “대남적화전략의 일환으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자들이 사주해 제작·방송된 것이 아니기만 바랄 뿐”이라고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한국PD연합회, 언론노조, 참여연대공익법센터 등 16개 현업 언론인 단체와 시민단체는 17일 3기 방심위원 취임식에 앞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효종씨는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도 울고 갈만한 편향된 역사관의 소유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방심위원장에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과 독재의 과오를 미화하고 찬양하며 자신에게도 충성을 바친 자를 선택했다”며 “이는 언론계를 향한 협박이자 노골적인 언론장악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계 안팎에선 박효종 위원장이 이끄는 방심위에서 친일과 독재를 비판하는 방송 프로그램 등에 대한 편향 제재 사례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2기 방심위는 미국 중앙정보부(CIA) 보고서와 신문기사 등 각종 사료에 근거해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하고 RTV에서 방송한 역사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 보고서’ 편에 대해 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공정성·명예훼손 금지 조항 등의 위반을 주장하며 중징계를 강행해 ‘정치심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현재 RTV는 징계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방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박 위원장과 같은 역사관의 인물이 방송심의를 좌지우지할 경우 이 같은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편향된 역사관의 방심위원장이 이끄는 방송심의에서 공정함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역사를 다루면서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할 경우 징계를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언론계 안팎의 일련의 우려에 박 위원장은 일단 침묵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대선캠프 이력과 친일사관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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