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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 공정방송으로 보답하겠다”

[인터뷰] 언론노조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 최영주 기자l승인2014.06.18 10: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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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이 결국 해임됐다. KBS 양대노조, 직능단체, 그리고 절반이 넘는 보직간부부터 평직원까지 나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한 유례없는 일이었다. KBS 사장 선임권이 있는 KBS이사회는 내부의 요구에 자신들이 선택한 사장을 스스로 해임 제청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KBS의 역사를 다시 쓴 사건이다.

이번 파업에 대해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 위원장은 “KBS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1단계 투쟁이 끝났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최종적인 평가에 대해선 차기 사장 선임 이후로 유보했다.

8일간의 짧지만 고된 파업을 마무리한 KBS 구성원들은 이제 차기 사장 선임, 그리고 이후 KBS의 정치 독립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권오훈 위원장을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만나 지난 파업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언론노조  
▲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언론노조
“길환영 사장 퇴진, KBS 정상화의 출발점”

처음부터 길환영 사장을 몰아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을 하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제2의 MBC 사태’를 걱정하며 노조에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MBC 노조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170일간의 파업을 벌인 이후 파업 참가자 8명이 해고되고,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쫓겨난 기자와 PD도 부지기수였다.

당시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공동 파업을 했던 KBS본부 역시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파업 후유증으로 인한 피로감은 무기력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공정 방송에 대한 염증은 세월호 사태로 곪아 터졌다. 바로 그때 공영방송 KBS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막내급 기자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권 위원장도 이러한 내부 구성원들의 정서를 알기에 싸움을 시작하기 전 노조 집행부에게 승패에 집착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결과를 예단하고 싸우면 안 되죠.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키지 않고 KBS의 미래를 논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 싸우지 않고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다 공유한 겁니다.”

이에 지난 5월 29일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2009년 노조가 둘로 나뉜 이후 첫 ‘공동파업’이었다. 앞서 KBS 기자협회(협회장 조일수)가 5월 19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가면서 이미 뉴스는 파행을 맞았다. 권 위원장은 얼마나 많은 구성원이 이번 싸움에 동참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양대노조의 공동파업이 성사된 건 이런 인식 때문이다.

파업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5일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함으로써 파업은 8일 만에 종료됐다.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길환영 사장’이라고 권 위원장은 강조했다. 정치권력, 특히 한국 사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부터 KBS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KBS 내부 구성원 모두 느끼고 있는 와중에 보도 책임자 중 한 명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는 이러한 의혹을 사실로 확인시켜 줬다.

또 다른 원동력은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양심과 자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를 촉발시킨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였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현장에 있던 3년 차 이하 KBS 38기~40기 막내 기자들은 KBS 보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5월 7일 내부 게시판에 ‘반성문’을 올리며 KBS의 자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는 선배 기자들과 다른 구성원들의 마음에도 불을 지폈다. KBS기자협회는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보도본부 간부들도 보직을 내려놓았다.

권 위원장은 “기자는 정치권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존재이고, 기자들이 만드는 뉴스 역시 마찬가지”라며 “그런 기자들이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행동했고, 그런 면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독립, 그리고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의 시작”

  ▲ 지난 5일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BS 구성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언론노조  
▲ 지난 5일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BS 구성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언론노조
지난 10일 길 사장이 해임되면서 KBS는 류현순 방송부문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들어갔고, KBS이사회는 30일 이내에 차기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길 사장은 해임됐지만 청와대와 KBS의 유착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여야 추천 이사가 7대 4로 구성된 KBS이사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지배구조에서는 언제든지 또 다른 ‘길환영’이 나타날 수 있다.

권 위원장은 크게 ‘방송 독립’과 ‘공정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 독립은 지배구조 개선과 정치 독립적인 사장 선임을 위한 요구이고, 공정방송은 내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국장직선제 내지는 임면동의제 도입과 유명무실화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강화 등 내적 장치를 견고히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대노조와 PD·기자협회 등은 차기 사장을 선임할 때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 도입과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 후보를 선정해 KBS이사회에 제출하자는 내용을 촉구했다. 또한 KBS본부는 이번 주 중 KBS 구성원을 대상으로 차기 사장의 조건과 자격 기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사회에 설문 결과를 전달할 계획이다.

제도뿐 아니라 사장 이하 간부들에 대한 평가 등 인적 쇄신 문제도 남아있다. 권 위원장은 “사장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간부는 사장의 눈치를 보는 조직문화를 혁파해야 하고, 그것이 인적쇄신이라는 이름으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구성원들은 이번이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한다. 파업의 슬로건인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라는 말은 KBS 구성원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보여준다. 권 위원장은 결국 이번 싸움의 승패는 국민의 힘에 달려 있다며 KBS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KBS의 주인인 국민의 응원이 없다면 이 싸움은 승리할 수 없습니다. KBS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구성원 역시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며 방송을 통해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를 입증할 겁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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