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시견’ 역할을 외면한 이진숙 보도본부장
상태바
[기자수첩]‘감시견’ 역할을 외면한 이진숙 보도본부장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6.20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진숙 MBC 보도본부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보도 행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공영방송의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적절한 발언인지 따져볼 대목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 19일 MBC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해 자사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내용을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세월호 사고 책임은) 청해진 해운이 가장 잘못했고, 정부의 대응, 안전의식에 소홀했던 국민의 책임”이라며 “무슨 일만 생기면 기관이나 정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의 발언은 현 경영진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4월 25일 안광한 MBC 사장이 “MBC 뉴스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고 자화자찬했듯 이 본부장의 발언에선 자성의 기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본부장의 말마따나 공영방송의 역할은 무조건 정부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는 단지 ‘사고’가 아닌 ‘국가 재난’이었다. 정부는 컨트롤 타워 부재, 허둥대는 구조 활동으로 인명 피해를 키웠기에 비판을 받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고 밝히고, 해경 해체를 선언하는 등 사고의 책임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이 총괄하는 MBC 보도본부가 세월호 참사를 분석한 뉴스를 살펴보면 비판의 화살은 정부가 아닌 사고의 피해자인 유가족을 향했다. 더구나 본질을 호도하거나 흥미 위주의 보도를 금지하고, 사실과 관련 없는 주관적인 논평을 자제하는 게 재난 보도의 기본 원칙인데도 이를 벗어난 보도를 이어갔다. 예컨대 사고 당일 실종자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망을 전제로 보험료를 계산한 리포트를 내보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 지난달 7일에는 <뉴스데스크>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리포트에서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유가족 탓으로 떠넘겼다. MBC는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자는 게 기사의 취지라고 밝혔지만, 제대로 사고의 원인과 진단을 하고자 했다면 지난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과 안전 관련 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발빠르게 전해야 했다.

MBC 세월호 보도 이후 내부 구성원은 경영진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취재 현장을 뛰는 기자들은 “MBC 보도가 재난 대응 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다”고 고개를 숙였고, MBC 7개 직능단체도 “‘보도 참사’로 일컬어질 만큼 국민의 알권리와 공영방송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가 세월호처럼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의 비판을 ‘해사 행위’로 규정해선 안된다. 보도본부장의 역할은 비판을 귀담아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