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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지키려는 제2의 장진수에게 보내는 응원

[인터뷰] 청와대 불법사찰 증거 인멸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 박수선 기자l승인2014.06.23 18: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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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건은 MB정부의 민낯을 들춰낸 일이었다.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겐 공직과 양심을 맞바꾼 사건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영혼없는 공무원’이었다고 자조한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이 ‘양심의 고백’으로 이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장 전 주무관이 최근 펴낸 <블루게이트>는 2009년 공직윤리지원관실로 발령을 받은 그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불법사찰 증거 인멸의 전말을 담은 책이다. 책 제목은 청와대를 뜻하는 ‘블루’하우스에 대형 비리의혹 사건을 뜻하는 ‘게이트’를 붙였다. 장 전 주무관의 힘들었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19일 <PD저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 ⓒPD저널  
▲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 ⓒPD저널
■ ‘불법사찰’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그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증거인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최후의 고백’을 써내려갔다. 이미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없이 되뇌었을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기록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증거인멸 사건을 마지막으로 글로 정리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보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 사건이 잊혀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를 위해 구성됐던 특위도 회의 한 번 제대로 열지 않고 ‘유령 특위’로 활동을 끝냈고, 검찰 수사에서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으니까요.”

그는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만 해도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고 알은체 하는 행인이 여럿이었다. 요즘엔 그를 모르는 대학생들에게 ‘민간인 불법 사찰’의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MB 정부‘의 시작과 끝을 관통한 민간인 불법 사찰의 최종 윗선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사법부와 검찰은 MB정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직권남용과 불법 사찰 등을 지시한 혐의로 실형을 받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다.

불법 사찰의 피해자들은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노종면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 등이 불법 사찰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근혜 정부 진상 밝혀주길 기대했지만…“= 장 전 주무관은 이번 정부에서 ‘불법 사찰’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분명히 불법사찰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실제 돈이 오고갔는데 몸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실에 다가가지 않은 상황에서 재발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진상 규명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어 안타깝습니다.”

장 전 주무관과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책을 쓴 동기다. “저처럼 부정한 권력에 소모품처럼 이용되는 사람이 앞으로는 없어야죠. 이미 ‘제2의 장진수’의 길을 걷고 있는 분이 있다면 용기를 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폭로 이후 공익제보자로서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어렵사리 진실을 고백했지만 공익제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인터넷 기사에는 “배신자”라는 악플이 뒤따랐다. ‘법원의 유죄 판결에 따라 공직에서 물러난 뒤 재취업도 여의치 않다. 법으로 제한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와 호루라기 재단에서 마련한 모임에서 만난 다른 공익제보자들도 제보 이후 삶이 수월하지 않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제보를 해도 저처럼 몸통은 빠져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결국 어렵사리 제보를 한 분들만 생업을 잃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거죠.”

  ▲ 책 ‘블루게이트’ ⓒ오마이북  
▲ 책 ‘블루게이트’ ⓒ오마이북
■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마련 시급
= 이런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지만 신고 대상과 공익신고처가 제한적이다. “공익제보신고자보호법은 제보하려는 대상이 국가기관인데 신고처가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어요. 애시당초 국가가 행한 공익침해행위에 대해선 제보를 할 수 없는 거죠. 국가기관에서 제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공익제보자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합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걸음마단계이지만 최근 그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장진수와 함께 하는 사람들‘(장함사)이 그것이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이 참여한 장함사는 앞으로 장 전 주무관을 위한 모금활동과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 공익제보자 보호 활동 등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그는 “든든한 장함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추악한 권력의 이면을 드러낸 불법사찰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혹자는 ‘MB’가 감옥에 가야 끝난다고 말하기도 해요. 권력이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사찰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공권력이 시민을 억압하지 않는 날이 오면 끝이 났다고 선언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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