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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이다. 선거전 광역단체장 선거에 밀려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교육감 선거는 막판 고승덕 후보의 장녀 ‘캔디고’의 SNS 글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선거가 끝난 뒤 그동안 냉담했던 언론들은 선거 결과를 놓고 각각의 분석을 쏟아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수진영의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돼 진보진영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진보언론의 글도 만날 수 있었다. 진보 교육감의 약진이 보수분열보다는 개혁을 열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이었다고 분석하며 근거로 지난 2010년 6.2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이번 선거를 비교해 제시했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부산의 경우 보수 후보가 8명이었고, 진보 후보는 1명이었는데도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에는 보수 후보가 6명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는데도 진보 성향의 후보 1명이 출마해 당선됐다. 더욱이 2위와의 득표율 차도 컸다. 또, 재선에 성공한 진보 교육감들은 2010년과 비교해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4년 동안 유권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세월호 사태를 겪으며 ‘앵그리맘’들이 교육 현장에 대한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 교육감 당선 결과 소식을 전한 SBS 개표방송. ⓒSBS 캡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새누리당 8곳, 새정치민주연합 9곳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교육감은 보수 성향의 후보 4명, 진보 성향의 후보 13명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성향이 서로 다른 지역은 모두 6곳으로 경기, 인천, 경남, 부산, 제주 5곳은 보수 광역단체장과 진보 성향 교육감의 동거가 예상되고, 대전은 진보 광역단체장과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균형과 견제’를 선택한 것이다. 이런 성적표가 시사하는 점은 유권자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똑똑한 유권자를 바보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가 끝나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고, 새누리당은 다음날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이에 발맞춰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교육자치소위원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안을 확정해 본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외국교육동향연구를 통해 교육감을 임명제로 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종혁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6.4지방선거를 통해 교육감 직선제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진짜 말하고 싶었던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은 수도권은 물론 새누리당의 안방인 경남과 부산에서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것 아닐까? 대선도 총선도 지방선거도, 선거가 끝나면 직선제의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대선에서 지면 대통령 직선제도 폐지하겠다고 할 것인가? 결국 이런 발상을 한 정당을 감시해 할 의무는 유권자의 몫이다. 부산과 경남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정치가 해결 하지 못한 문제를 교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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