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VOD 시청률 조사’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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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시청률 통합 움직임부터 ‘회의론까지 의견 제각각

VOD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VOD로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행태를 시청률 조사에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오는 9월 실시하는 스마트 미디어 시청점유율 조사 대상에 인터넷, 모바일을 이용한 실시간 시청뿐만 아니라 VOD까지 포함할 예정이다. 시청률 조사회사도 하반기부터 VOD 조사 결과를 내놓겠다며 사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VOD 시청률 조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시청자들의 VOD의 이용 행태가 시청률로 산출 가능 한 지 여부부터 VOD 시청률 결과가 어떤 사업자에게 유리할지 셈법 계산이 복잡하다.

■ 주목받는 ‘VOD 시청’ =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본방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VOD로 볼 수 있는 시대다. VOD 이용이 보편적인 시청행태로 자리를 잡으면서 VOD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에 가입한 고객 수는 지난 3월 900만명을 넘어 올해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일기획이 지난 6월 발표한 광고시장 규모 자료에 따르면 IPTV 연간 광고비는 2011년 170억원, 2012년 235억원, 2013년 308억원으로 증가했다. VOD 시장의 확대는 본방 시청률에 따른 광고 수입의 비중이 큰 지상파 방송도 위협하고 있다. IPTV가 61% 성장률을 기록한 2013년 지상파 방송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판매 금액을 올려 광고 매출 감소분을 메우려고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 시청률조사회사, 규제기관 모두 기존 시청률 조사에서 놓치고 있는 시청자를 찾는 데 관심을 갖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현재 방송사에서 생산하는 콘텐츠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나 소비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콘텐츠 소비 행태가 드러난 뒤에 (시청률 감소에 따른) 대책을 세울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본방 시청률이 하락한 만큼 VOD와 모바일, PC등으로 시청자가 유입됐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 VOD 이용이 보편적인 시청행태로 자리를 잡으면서 VOD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올레tv모바일이 KBS, MBC, SBS 등 지상파 프로그램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무제한 다시보기’서비스 홍보 장면. ⓒKT미디어허브
방통위가 VOD 시청률 파악에 나선 건 여론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의 목적이 크다. 여론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청점유율을 조사하고 있는 방통위는 조사 대상을 고정형 TV에서 장기적으로 스마트 미디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통위가 오는 9월 실시 예정인 스마트미디어 시청점유율 조사는 실제 TV 시청 현황과 기존의 조사 방식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방통위는 시범조사에선 2개월이었던 조사 기간을 4개월로 늘리고 패널을 확대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일 예정이다.

■ 이해관계 첨예·방송사업자 ‘비협조’도 걸림돌 = 문제는 VOD 시청률을 조사하는 작업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VOD 조사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낸 정도지 산출 기준과 방식 등에 대해선 의견이 모아진 게 아무것도 없다. 지난 25일 시청률조사회사 TNmS가 하반기부터 VOD 시청률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이 많았다.

조사 대상이 TNmS 고객사인 올레TV로 한정된 점과 VOD 조사 패널의 선정 방식 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TNmS 측은 실시간 본방송과 VOD의 시청률을 합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론도 있다. “분당 시청률을 더해 평균을 내는 시청률과 달리 VOD는 재생 속도나 시청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에 단순 합산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사업자, 채널마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관건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한 시범조사의 경험에 비춰보면 통합시청률이라는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며 “VOD 시청을 통합시청률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너무 달라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방송 사업자들이 이번 스마트 미디어 시청점유율 조사에 협조를 할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시범조사에선 방송사업자들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방통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 때문에 지난 5월 시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스마트미디어 시청점유율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방송사의 TV 프로그램 식별코드와 케이블TV·IPTV·통신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시청 기록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시청률 조사를 둘러싼 시각 차이는 같은 방송사 내부에서도 채널과 업무에 따라 나뉜다. KBS의 경우 VOD 이용 비율이 낮은 1TV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이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2TV의 전략이 다를 수 있다. 같은 방송사 안에서도 시청률에 민감한 편성부서와 광고 판매가 우선인 광고부서 간에도 시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지상파 광고국 관계자는 “간접광고를 제외하고는 실시간 방송과 VOD는 광고 효과, 효율성 등을 측정하는 지표가 아예 다르다”며“지상파 광고가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서는 VOD보다는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걸 입증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광고 금액과 효율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실시간 방송 광고와 다른 VOD 보다 PC와 모바일 수요 파악을 하는 게 주력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광고업계에선 방송 광고 통합 판매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MBC의 경우 방송 광고는 코바코에서 팔고, 온라인 광고는 IMBC에서 나눠 판매하고 있는데 통합 시청률 논의가 광고주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CJ E&M처럼 원스톱 판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조만간 방송사업자, 광고주, 앱제조사, 시청률 조사회사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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