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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실관계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지난 7일 MBC를 상대로 세월호 오보 등의 문제를 추궁하지 못한 책임은 불출석한 MBC가 아니라 법에서 7일 전에 보낼 것을 규정하고 있는 증인소환장을 사흘 전에야 발송한 여야에 있다. 국회가 어렵사리 결정한 공영방송에 대한 국정조사를 스스로 파행하게 만듦으로써, 세월호 침몰 직후 공영방송들까지 쏟아낸 “전원구조” 오보에 두 번 가슴을 친 유족들을 또다시 허탈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MBC가 불출석의 정당성을 획득했다는 건 아니다. MBC가 내세운 불출석 통보 이유야말로-적어도 재난보도와 관련한-시스템의 부재를 드러내고 언론자유 위에서 스스로를 성역화한 ‘언론사’의 모습을 드러낸 듯 보이는 까닭이다.

MBC는 지난 6일 여야 의원들에게 보낸 불출석 사유서에서 국정조사의 또 다른 대상인 KBS와 달리 자사는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국가기간방송인 KBS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면 곤란하다는 항변이다. MBC는 또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전원구조’ 오보의 문제는 있었지만, 이후 보도 내용에 유의하면서 지적될 만한 오보는 사실상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매체들이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상업적 보도 대상으로 여기고 구조된 학생에게 사망자 친구의 소식을 전하는 그릇된 취재 방식을 택할 때 MBC는 사고 관련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가장 염두에 뒀다”고 MBC는 강조했다. 국정조사에 불려 나가 여야 의원들의 호통과 추궁을 들을 만큼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다.

▲ 7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한 방송통신위원회, KBS, MBC 기관보고가 MBC 불참 상태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MBC의 이 같은 당당한 태도와 달리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말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던 지난 5월 12일 MBC기자회가 성명을 내고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보도 참사”로 규정했을 정도다. 존재 형태를 떠나 ‘언론’으로서 부족했던 자세를 고백한 것이다. 

MBC는 불출석 사유서에서 “재난보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은 각사 내부의 치열한 고민과 언론계 내부의 토의, 학계와 시민사회의 제안 등을 통해 적절한 방향과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안팎에서 MBC 보도의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보도를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 있는 단위에선 문제를 자각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MBC는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과 관련해 언론자유 침해의 우려를 말한다.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걱정이다. 그러나 언론자유의 가치가 언론, 특히 공영언론(방송)의 정체성이 아닌 ‘언론사’의 지위를 보위하거나 성역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휘둘러지는 건 아닌지 경계하는 건 사회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 MBC 안팎에선 작금의 MBC에 그런 경계가 필요한 지 여부를 진지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여야는 내달 4일부터 열리는 세월호 청문회에 불출석한 MBC 관계자들을 재소환 한다는 계획이다. 언론자유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MBC가 이 단위를 안팎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을 점검하는 계기로 활용하면 좋겠다. MBC라는 언론사(회사)가 아닌, 공정보도 주춧돌 위에 올린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점검하는 계기로 말이다. 그리하여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원망할 곳이 많은 유족과 국민들이 언론까지 탓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다만, 여야 정당들도 MBC에서 무리하다고 주장했던 자료-전화 통화 기록, 법인카드 사용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큐시트 등 보도과정 전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선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공영방송 MBC의 자기 경계를 촉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검열 논란을 부를 필요는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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