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경영 나선 SBS 구조조정 명분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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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5% 삭감 방침 하달 …임원 임금 조정·희망퇴직 등

‘세월호 참사’와 ‘월드컵 흥행 실패’ 등의 여파로 광고 수익이 크게 하락한 SBS가 이달부터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SBS가 긴축경영을 선언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만이다. 내부에선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구성원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웅모 SBS 사장은 지난 1일 열린 3분기 조회에서 “지상파 산업의 위기는 일시적인 불경기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장기화·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간 광고 수입이 300억원 이상 줄고, 제작비, 인건비 등 일부 비용도 늘어나면서 올해 상당한 수준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부터 임원 임금 조정과 보직자 보직 수당 조정, 업무 추진비 축소 등을 실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제작비 5% 삭감’ 방침을 각 본부에 내려보냈다. SBS는 △희망퇴직 실시 △임금피크제 △ 광고총량제 도입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경영기조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SBS의 이번 조치는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에서 나왔다. SBS는 상반기까지 15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정이 악화됐을 때에도 SBS는 적자를 기록하진 않았다. 2010년엔 상반기까지 1억 3000여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연말에 수지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광고 판매 부진 등은 이미 예측됐던 터라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과 함께 구조조정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BS 경영기조 재검토안에는 성과급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방안 등이 주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대외적인 경영환경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예견된 위기에 경영진이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며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성과급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회사에서 하고 싶었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SBS가 유독 ‘적자경영’에 민감하게 반응한 데는 민영방송사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경영진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SBS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KBS와 MBC 역시 세월호 참사의 여파, 월드컵 흥행 실패로 동반 타격을 입었다. 이웅모 사장은 지난 1일 “지난해부터 세차례나 제작비를 줄인 KBS는 올해 다시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고 MBC도 강도 높은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타사의 상황을 빗대 긴축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KBS와 MBC는 현재 비용절감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지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SBS 내부에선 “KBS와 MBC는 아직 조용한데 이런 건 왜 SBS부터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강도 구조조정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지켜보자는 여론이 많다. 일선 PD들은 ‘제작비 5% 삭감’ 지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BS는 2008년에 비상경영을 추진하면서 제작비 250억원 삭감 계획을 세웠지만 프로그램 질 하락 등을 이유로 계획을 실현하진 않았다.

한 교양 PD는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오면서 이번에도 제작비 절감을 시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예능 PD는 “예능국 차원에서 프로그램별로 제작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지금 받는 제작비도 빠듯한데 프로그램의 포맷 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여기서 제작비를 더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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