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잠수부 사망 ‘유족 탓’ 논란 MBC 보도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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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도 “보도 참사” 지적했지만 방심위는 ‘솜방망이’ 제재

한국 사회의 조급증이 세월호 구조작업에 나섰던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불렀다는 박상후 전국부장의 리포트로 “유족 탓” 논란을 빚었던 MBC <뉴스데스크>(5월 7일 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어 ‘권고’를 의결했다. 해당 보도가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4조(객관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27조(품위유지)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권고’는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성 조치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방송소위에서 권고 등 행정지도성 조치로 결론을 내릴 경우, 해당 안건은 전체회의에서의 재논의 없이 제재 수위를 확정하게 된다.

이날 방송소위에 참석한 5인 위원 중 야권추천 위원 2인은 민간잠수부 사망 원인을 현재도 특정할 수 없으며 구조작업에 투입된 다이빙벨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는 등의 이유로 ‘주의’(벌점 1점) 이상의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를 차지하는 여권 추천 위원 3인은 해당 리포트를 논평으로 볼 수 있고, 그런 만큼 사실관계 등에 일부 문제가 있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를 밀어붙였다.

해당 보도를 두고 MBC 기자들조차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다. 한 마디로 ‘보도 참사’였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심위의 이날 ‘권고’ 처분 결정은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심위는 세월호 침몰 당일 “전원 구조” 오보를 낸 모든 방송사에 ‘권고’ 제재를 결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 ⓒMBC
MBC “다이빙벨 부분은 팩트 오류 인정”…그러나 문제는 아니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해달 리포트에서 세월호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부 사망에 대해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지난달(4월)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은 다이빙벨을 구조작업에 투입한 데 대해서도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에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21세기 사용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국인이 무섭다”, “깊은 수심에 다이빙벨이라니 야쿠자도 놀랄 상술” 등의 댓글이 달렸다고 소개하며 “다이빙벨도 결국 분노와 증오,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국의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지진 사태를 들며 원자바오 총리 시찰에 애국적 구호가 넘쳐났고,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MBC 측은 이날 방송소위 앞으로 보낸 서면진술에서 “유족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한국사회의 조급증이 그를 (죽음으로) 떠민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을 뿐”이라며 ‘유족 탓’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다이빙벨 관련 리포트에 대해선 “일본 인터넷 사이트를 직접 인용한 내용으로 일부 팩트(사실)에 오류가 있긴 하지만, 평가를 해보면 19세기에 개발됐다고 해도 될 만큼 조악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일본을 비교 사례로 든 데 대해선 “그 자체가 팩트”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MBC 측은 또 박 부장의 리포트가 지난 5월 7일 <조선일보> 3면에 소개된 재미언론인 조광동씨의 글, 그리고 같은 달 13일 <문화일보>가 1면에서 소개한 에번 램스터드 <스타트리뷴> 경제에디터의 글 등과 유사한 맥락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도 유사한 글이 나온 만큼 MBC 보도 역시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추가 위반 심의규정 존재 가능성 인정하고도 미적용 상태로 심의 강행 

야권 추천의 박신서 위원은 MBC 측의 일련의 서면진술 내용에 대해 논리비약과 오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MBC 재난방송 준칙에서도 확대해석을 하지 못하게 돼 있고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2항 역시 사망원인을 정확히 따져 보도하도록 하고 있다”며 해당 리포트에서 민간잠수부 사망원인을 ‘조급증’ 때문이라고 규정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의 이 같은 지적에 여권 추천의 함귀용 위원은 “재난보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일부 수긍하고도 “민원인이 위반을 주장한 심의규정은 해당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방심위 관계자는 MBC 측에 소명 자료를 받을 때 박 위원이 제기한 심의규정을 통보하지 않아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선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기 방심위에선 민원인이 제기한 위반 심의조항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논의를 통해 추가 등 변경을 해왔으며, 필요시 추가 소명도 받았다. 즉, 이날 심의에선 위반 가능성이 있는 심의규정을 추가로 확인하고도 이를 적용하지 않고 넘어간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박 위원은 “다이빙벨과 관련해선 (MBC) 스스로 팩트 오류를 인정했고, <문화일보>에서 소개한 글은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경제에 관한 글이며, 중국과 일본의 자연재해와 (침몰 초기 우왕좌왕하며 구조시간을 놓친) 인재를 비교하는 등의 태도는 오류이자 논리 비약”이라며 “일련의 문제들을 볼 때 ‘주의’ 이상의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의 장낙인 상임위원도 “한국 사회의 조급증이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밀었다고 했지만 현재까지도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사망한 민간잠수부의 아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을 소개했다.

고인의 아들은 지난 6월 2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아버지의 사인과 관련한 해경 조사에 의문이 있다는 글을 올리고 “저희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원인도 모른다”며 고인이 사망 당시 2인 1조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혼자서 입수됐고 18미터 이하 수심에 보조 산소통도 없이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장 상임위원은 “일련의 사실 관계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언론사에서 우리 사회의 조급증이, 세월호 유족들이 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내용을 방송한 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해당 리포트의 다이빙벨 언급과 관련해서도 장 상임위원은 “다이빙벨은 기원전 3세기에 이미 존재했고, 현재도 미 해군은 150미터 이하 수심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다이빙벨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것도 한국을 비난하는 댓글을 다수 올려온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의 글을 굳이 인용한 내용을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주의’ 이상의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BC 리포트, 보도? 논평? 논란…與 위원 “육하원칙 구애받지 않았으니 논평” 주장도

그러나 여권 추천 위원들은 크게 문제될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함귀용 위원은 “시청자 기준에서 볼 때 (해당 리포트는) 논평으로, 기자가 사실을 보도한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이빙벨 부분에 있어선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 ‘권고’ 제재를 하자고 함 위원은 말했다.

방송소위 위원장인 김성묵 부위원장은 “기사의 경우 육하원칙(뉴스보도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여섯 가지 필수조건, 누가·언제·어디서·무엇·왜·어떻게)에 따라 해야 하지만 논평은 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육하원칙을 따랐는지를 기준으로 볼 때 (해당 리포트는 그렇지 않으니) 논평으로 봐야 한다”며 ‘권고’ 처분을 주장했다.

고대석 위원도 “한국 사회가 지향할 방향에 대해 논평하면서 사회 시스템 개조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사실 관계가 일부 다른 게 있다면 ‘의견제시’ 정도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즉, 해당 리포트는 보도가 아닌 논평인 만큼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박신서 위원은 “방송에서 논평을 할 경우 ‘논평’이라고 밝히는데 해당 리포트의 경우 앵커가 논평이라 밝히지도 않았고 화면 상단에서 ‘논평’이 아닌 ‘리포트’로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리포트 영상을 보면 상단에 ‘리포트-분노와 슬픔 넘어서…’라고 적고 있다. 박 위원은 “방송에선 논평을 담당하는 사람도 논설위원 등으로 따로 정해져 있다”며 “해당 리포트가 육하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논평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낙인 상임위원도 “논평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입각할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출연자가 사실 관계를 잘못 말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도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2기 방심위에선 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대해 명진 스님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인용 발언이 나왔음에도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며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을 결정한 바 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의 일련의 반발에도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의결을 밀어붙였고 결국 여야 추천 3대 2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인 ‘권고’ 처분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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