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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방송 앵커들의 인기는 상한가를 달린다. 여성 아나운서들은 연예인화 되면서 스타의 반열에 서서 신랑감도 재벌2세, 스포츠 스타 등 골라잡는 호사를 누린다. 남성 앵커들은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아 청와대로 국회의원, 장관으로 수시로 자리를 옮기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들이 이런 특혜와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듯 여기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인지도 높은 앵커의 말 한마디는 여론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론이 선거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정치권에서 이들의 입에 주목하고 이들을 관리하려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TV 같은 영상매체는 이들의 멋진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이들은 오직 진실을 위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신뢰의 모습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보는 화면에 보여지는 것은 오직 앵커뿐이다. 취재기자, 작가, PD, 카메라맨 등 전참모가 달라붙어 앵커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덧칠을 하고 또 한다. 국민이 보는 영상 속에 참모들의 땀은 보이지 않고 분장한 앵커의 모습만 나타난다. 그들은 목소리를 깔고 진실을 찾아 국민에 봉사하는 이미지로 ‘착시 효과’를 연출해낸다.

▲ 앵커 출신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왼쪽),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연합뉴스, 노컷뉴스
이들이 방송 후에 정치권 인사들과 폭탄주를 마시며 ‘세월호 참사 살살 좀 다뤄주라’, ‘청와대 이미지도 지켜 달라’는 식의 밀실대화는 보이지 않는다. TV의 영상에 나타나 적절한 분노와 미소를 흘리는 연출된 아름다운 모습의 반복은 ‘앵커는 믿을만한 사람’ ‘국민의 편’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부에서 앵커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언론사 주요 간부들의 정치권 행렬이 더욱 바빠졌다. 윤두현 전 YTN플러스 사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민경욱 전 KBS 앵커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SBS 앵커출신 정성근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 특히 정 후보는 그의 앵커 이미지와 실제로 청문회에서 드러난 실상과 너무 달라 대통령도 국민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방송앵커들에 대한 착시현상이 몇몇 사건으로 실상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날 뿐이다. 방송앵커를 중시하는 정치권의 러브콜은 높은 인지도를 이용해서 선거에서 이기자는 매우 단견적인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다. 정치권에서 이들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원칙하게 이들에게 특혜 세례를 퍼붓는 과정에서 언론계를 망쳐놓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정후보가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내고 있는 실상의 일부분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정 후보자는 음주운전,·불법주차, 등 법규위반은 20건이나 달하는데, 기부나·헌혈은 단 한건도 없다고 보도됐다. 이런 자가 장관이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눈에 훤하지 않는가. 더구나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가 정회되는 난리가 벌어졌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마치 장관이 다 된 것처럼 ‘폭탄주’를 돌리며 측근들과 승리의 팡파르를 울렸다고 한다. 기자시절의 오만한 행태가 아리랑 TV 사장으로 가서 더 굳어지고 이제 장관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면 국민을 ‘졸(卒)’로 볼 것 같지 않는가.

박 대통령의 앵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착시도 시정돼야 한다. 언론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필요하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윤두현 홍보수석 , 정성근 후보 등 언론계 주요간부들을 수시로 데려갔다. 언론의 주요 사명이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자들을 바로 권력의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국민 몰래 이들과 어떤 형태로든 내통했다는 말이 된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앵커라는 언론사 주요 직책에 있으면서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권력에 충성한 대가로 장관이니 수석이니 국회의원 자리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정당한 감시, 공정한 보도를 했다면 어느 권력이 ‘비판의 대가’로 자리를 보장하겠는가.

방송앵커는 ‘진리의 신’도 ‘공정보도의 수호자’도 아니다. 이들도 거짓말하고 불법·음주 운전을하고 국민 몰래 ‘정치권 선배님’을 만나 폭탄주 돌리며 ‘종북 타도 빨갱이’운운 한다. 다만 TV에 이런 추한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앵커들의 정치권 행렬은 진실의 왜곡이며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글쓴이 김창룡은 AP통신사 서울 특파원을 거쳐 KBS, MBC 미디어 비평 자문위원 등   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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