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임기, 연임에 목매면 청와대 눈치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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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임기, 연임에 목매면 청와대 눈치 볼 수밖에”
[KBS 신임 사장의 과제, 방송학자에게 묻다]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4.07.16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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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임 사장으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이 내정됐다. KBS 안팎에서는 과연 조 내정자가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고 방송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청와대와 KBS 사장 간의 유착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KBS의 정치적 독립성이 언론계의 큰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PD저널>은 지난 14일 한국방송학회장 출신 방송학자 6명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KBS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조대현 KBS 사장 내정자. ⓒKBS
▶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BS 독립성 지키는 방패막 되어야”

KBS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월 2500원이라는 수신료를 받는 이유는 누구에게도 편향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방송이 되라는 의미에서다. 정치적으로나 어떤 문제에서건 편향성을 보이면 안 된다. 취향이나 취미 등 모든 측면에서 독립적이고 모든 사람들의 정서를 골고루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취지로 KBS가 공영방송이 된 것이고, 공영방송의 의미는 방송법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나 재벌,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영국 BBC의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런데 BBC라는 공영방송이 세계적으로 독립된 방송이라 불리는 것은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가 아니고, 사장이 BBC의 설립 정신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새 사장은 ‘연임에 뜻이 없다’, ‘연임에 연연하지 않겠다’, ‘방송법에 규정된 대로, KBS 설립 취지대로 제대로 한 번 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새 사장이 함께 일할 사람도 그런 차원에서 선정해야 한다. 연임을 위해 눈치를 보면 부작용이 생기고, 그러다보니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결국 KBS가 제대로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장은 KBS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

▶ 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분열된 내부 통합할 리더십 발휘해야”

KBS 내부를 보면 구성원끼리의 분열이 많은데, 내부 구성원들의 단합과 동질성 확보가 중요하다. 노조도 두 개로 나뉘고, 진보와 보수, 사장파, 무슨 파 등 분열된 모습을 보인 지 너무 오래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신임 사장이 정치적 독립성과 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해 구성원들이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의 통합과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한 번 사장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사장을 한 번 하고 나면 한 번 더 하고 싶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권에 휘둘리게 된다.

제도적인 장치도 당연히 갖춰야 한다. 그런데 제도만 있고 사장의 리더십이나 의지가 없으면 안 된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내부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 변동현 서강대 명예교수

“KBS이사회 구조 개선도 시급”

가장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다. 정권이나 여당으로부터의 독립,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제일 중요하다.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서 신임 사장은 사내 구성원과 KBS이사회와 많이 대화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배분하는 KBS이사회의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KBS는 공영방송이 될 수 없고, 수신료 인상도 영원히 될 수 없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안 된 공영방송을 공영방송이라 말할 수 있나. 정치적 독립이 이뤄지기 전에는 다른 것을 논할 필요도 없고, 정치 독립이 해결 되면 KBS는 잘 될 수 있다.

▶ 김훈순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정치적 독립 위한 국장책임제 도입 필요”

KBS가 정부나 정당, 권력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사장뿐만 아니라 구성원들도 말로만 수신료의 가치, 국민의 방송이라고 하면 안 된다.

보도만 봐도 정치 관련 예민한 이슈에선 국민의 입장이 없다.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면 정치적 독립은 저절로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에서 이야기되는 국장직선제, 국장평가제 등 국장책임제의 도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방송사라는 게 창의적이고 유연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데 KBS 내부 조직 문화를 보면 유연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사문화된 공방위 내실 있게 정비해야”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된 데에는 길 전 사장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제작 자율성을 침해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임 사장은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제도화 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부 구성원들이 압도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은 누가 봐도 일리가 있다. 그것을 적극 수용하고 이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임 사장은 그동안 내부에서 나왔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공영방송의 기본 틀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내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다. 보도본부는 물론이고 TV본부의 국장급 인사들을 국장추천제 등을 통해 뽑을 필요가 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선정해주는 사람을 뽑을 때 리더십은 물론 팔로우십이 생긴다.

외부의 영향력보다는 내부의 요구나 지지를 구체화시키는 형태의 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사문화 된 공정방송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내실 있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수장으로서의 철학과 가치관 가져야”

조직 내부를 보면 갈등이 큰 것 같다. 이러한 내부 조직(직종) 간 갈등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는 새 사장의 과제다. 사장은 직종 간의 갈등, 헤게모니 다툼에 대해 조직 수장으로서 어떻게 화합하고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또한 KBS라는 조직이 시청자에게 신뢰와 공정성을 상당히 상실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에 맞춰서 조직과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국장 책임제, 임기보장제는 사소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수장이 조직 구성원의 갈등을 잘 봉합하고 시청자의 신뢰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 방송사 수장으로서의 철학과 가치관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연연하면 길환영 전 사장 사태가 또다시 일어난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자리에 연연하면 안 된다. 그러면 KBS 사장 자격이 없는 것이다.

시청자는 ‘공영방송’이니까 수신료를 내는 것이다. 신임 사장은 앞으로 공영방송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어디에 둬야 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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