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심위, KBS 재심 요구 수용…JTBC는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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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표현 KBS 세월호 오보 징계 수위 경감…JTBC 유우성씨 인터뷰는 중징계 그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KBS와 JTBC의 재심 청구에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끈다. 방심위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침몰한 세월호 구조작업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자극적 표현으로 오보를 전했다는 이유로 ‘경고’(벌점 2점) 처분을 받은 KBS의 징계수위 경감 요구를 수용해 ‘주의’(벌점 1점)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반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의자인 유우성씨를 인터뷰 했다는 이유로 ‘경고 및 관계자 징계’(벌점 4점)의 중징계를 받은 JTBC의 징계 취소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3기와의 형평성? 2기서 중징계한 세월호 보도 어쩌나…“첫 재심이니 경감” 주장도

2기 방심위는 지난 4월 30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작업 소식을 전하면서 “선내 엉켜있는 시신이 다수”라는 앵커 멘트와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 자막을 반복해 전한 KBS <뉴스특보>(4월 18일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2항과 제24의 3(재난방송의 내용) 위반을 지적하며 ‘경고’ 처분을 했다.

자극적 표현의 문제뿐 아니라 KBS가 당일 해양경찰청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공식 브리핑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을 잠수사의 얘기만 듣고 구조당국의 발표처럼 전한 건 명백한 오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KBS는 “침몰한 세월호 내부에 다수의 시신이 엉켜있다는 얘기를 현장의 잠수사로부터 들은 후 신속하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이후 사과방송을 했고, 해당 보도 이후 실제로 시신이 다수 발견된 만큼 오보로 보기 어렵다”며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2기 방심위의 심의 결정을 3기 방심위에서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 4월 18일 KBS <뉴스특보> ⓒKBS
2기에서도 활동했던 야당 추천의 장낙인 상임위원은 “해당 보도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을 뿐 아니라 스스로 인정했듯 구조당국이 아닌 잠수사의 얘기를 듣고 한 것으로, KBS가 마련한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의 재해·재난 관련 보도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게다가 KBS는 자극적 표현에 대해 사과가 아닌 유감만을 표시했고, 자신들의 보도 후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며 오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재심 요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의 하남신 위원도 “기존 결정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사유가 새롭게 발견됐거나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경운 등으로 재심의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KBS의 경우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방심위 규정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있거나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경우에만 기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반면 여권 추천의 김성묵 부위원장은 3기 방심위 출범 이후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 등의 “학생 전원구조” 오보에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 처분을 한 것을 언급하며 “3기 결정에 비해 2기의 징계 수위가 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형평의 차원에서라도 경감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의 박신서 위원도 “3기 방심위가 ‘전원구조’ 오보 방송사들에게 내린 ‘권고’가 세월호 보도 관련 심의의 기준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권 추천의 고대석 위원은 “(3기 심의와의) 형평성을 고려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낮춰 주의 정도의 처분을 하면 좋겠다. 3기 출범 후 첫 재심 청구인만큼 선처를 해주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여권 추천의 윤석민 위원은 “생각에 따라 (KBS가)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을 당국의 지시를 받는 전문가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며 “(해당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지만 상식에 비추어 ‘주의’ 정도로 낮추자”고 말했다.

함귀용 위원은 “제재 수위를 경감할 경우 어떤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3기 방심위의 제재 결과와 차이가 있어 조정할 필요하고 있다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남신 위원 또한 “기존 결정을 뒤집을 만큼의 결정적 사유 등이 발견된 게 아닌 만큼 (재심)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향후 운영에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의 박효종 위원장도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해 KBS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2기 방심위의 심의 결정을 번복할 변화나 사정이 없는 만큼 (KBS의 재심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의 해당 보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주의’로 경감하자는 의견이 5인(김성묵 부위원장, 고대석·박신서·윤석민·윤훈열 위원)으로 ‘기각’ 의견(박효종 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하남신·함귀용 위원)보다 많았다. 결국 KBS의 요청대로 <뉴스특보>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로 낮춰졌다.

방심위의 이날 결정은 3기 방심위보다 2기 방심위의 세월호 보도 관련 징계 수위가 높았다는 점을 제재 수위 경감 사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2기 방심위에서 세월호 관련 보도에 중징계를 한 사례는 KBS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 밝히고 “(정부 관계자가) 시간만 대충 때우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등의 거짓 발언을 한 여성을 인터뷰 한 MBN <뉴스특보>(4월 18일 방송)에 대해서도 2기 방심위는 ‘경고’(벌점 2점) 처분을 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해당 여성에 대해 불구속 재판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 2월 18일 JTBC <뉴스 큐브 6> ⓒJTBC
JTBC 재심 요구엔 “2기 방심위 논의 존중해야”

이날 전체회의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의자인 유우성씨를 인터뷰한 JTBC <뉴스 큐브 6>(2월 18일 방송)에 대해 2기 방심위가 중징계 처분을 한 것을 취소해 달라는 JTBC의 재심 청구 안건도 상정됐다. 2기 방심위는 해당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과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제14조(객관성) 등의 위반을 이유로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처분을 했다.

JTBC 측은 재심 청구서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유우성씨와의 인터뷰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불가피 했으며, 3월 10일 같은 방송에 수원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김용남 변호사가 출연해 유우성 씨가 받고 있는 혐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반론성 인터뷰를 진행한 만큼 방송심의규정 제9조와 제11조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기 방심위는 <뉴스 큐브 6> 진행자가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는 답변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방송심의규정 제14조 위반을 제기했다. 하지만 JTBC 측은 2심 재판 판결문에서 국정원이 운영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던 유가려씨가 사실상 구금 상태였다는 점을 판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14조 위반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위반 심의규정이 없는 만큼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2기 방심위 법률가 출신의 박만 위원장은 상급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하급심 내용을 평가하는 내용이 제11조 위반으로 정리한 바 있다”며 “하지만 JTBC의 해당 방송에선 1심 재판 내용을 평가하지 않았음에도 제11조 위반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장 상임위원은 “반면 2기 방심위는 공정방송을 주장한 MBC노조의 파업은 불법이 아니라고 한 법원 판결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1월 17일 방송)가 비판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선 문제없음 결론을 내 ‘이중 잣대’ 논란이 있었다”며 JTBC <뉴스 큐브 6>에 대한 방송심의규정 제11조 위반 지적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야권 추천의 윤훈열 위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국가기관이 초헌법적으로 위법을 자행해 한 명의 일반인을 간첩으로 몰고 갔던,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매우 컸던 부분으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려주는 방송을 했다고 공정성 위반을 지적할 순 없는 일”이라며 “원초적으로 잘못한 징계였던 만큼 JTBC의 재심청구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서 위원 또한 “<뉴스 큐브 6>에서 유우성씨 인터뷰만 한 게 아니라 반대 측 인터뷰도 한 만큼 공정성 등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추천 위원 6인 모두는 ‘기각’을 주장했다. 함귀용 위원은 “피고인과 변호인만 인터뷰 한 내용을 보도한 것 자체로 재판에 영향에 미칠 수 있다. 또 반대 측 인사로 검찰 출신의 김용남 변호사를 인터뷰했다고 하지만 그는 공소에 참여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민 위원도 “방송에 피고인을 출연시켜 재판과 관련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물 흘리는 모습만 보여줘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검찰과 피고인, 변호사 등이 모두 출연해 토론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언론의 과도한 사법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남신 위원 또한 “우리(방심위)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을 경우 민감한 형사사건이나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건의 피고인이 거리낌 없이 방송에 출연해 자기 입장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앞서 KBS에 대한 심의에서 2기 방심위의 제재 수위가 높다며 경감을 주도했던 김성묵 부위원장은 “2기 방심위가 숙고해 심의를 한 만큼 그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 6(박효종 위원장, 김성묵 부위원장, 고대석·윤석민·하남신·함귀용 위원)대 3(장낙인 상임위원, 박신서·윤훈열 위원)으로 JTBC <뉴스 큐브 6>에 대한 재심 요청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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