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3일’ 세월호 농성 제작 중단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가족 농성 방송 오해 소지 있다” 이유...제작진 “납득 안 된다”

KBS 사측이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 맞아 세월호 유족 관련 아이템을 준비하던 <다큐멘터리 3일> 담당 PD에게 제작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에 따르면 김규효 기획제작국장은 오는 27일 방송을 목표로 세월호 참사 100일 관련 아이템을 준비 중이던 담당 PD에게 “국회의 농성 상황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성을 띄게 되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작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큐멘터리 3일> 담당 장영주 CP는 “세월호 유족들은 이익집단으로, 이익의 한 당사자로서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며 “농성하는 유족들을 취재하면 균형감과 공정성을 상실한다”고 중단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담당 PD는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21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와 광화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현장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담당 국장과 CP의 반대로 프로그램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제작 중단 지시가 내려지자 담당 PD는 사내 전자게시판에 ‘<다큐멘터리 3일>은 어떤 프로그램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국장과 CP가 제작 중단의 이유로 내세운 해명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세 개의 움막, 화악산의 겨우살이’ 편(2012년 12월 16일 방송)과 지난해 쌍용자동차 해고자 쉼터 ‘와락’을 다룬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 찾기’ 편(2013년 1월 20일 방송)이 방송된 바 있다. 논쟁의 현장을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국장과 CP의 말은 전례를 봤을 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담당 PD는 “<다큐 3일>은 르포르타주 성격의 다큐로, 3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현장의 구성원에 밀착한다. 데스크의 주장대로라면 갈등과 논쟁의 현장을 취재한 모든 르포는 중립성을 상실한 다큐가 된다”며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을 이렇게 판단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PD는 “공영방송 KBS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다큐 3일>에서 세월호 100일을 맞아 유족들의 3일을 조망하려는 이유였다”며 “김규효 국장은 유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은 유족들이 직접 수사권을 갖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새누리당과 동일한 입장을 피력했다”고 비판했다.

장 CP는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황이 안타깝고 급박하나, 국회 내부에서의 외부인의 집회나 시위·농성은 할 수 없는 만큼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내용을 다루자고 제안했다고 제작 중단 사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장영주 CP는 22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국회 내부에서의 농성은 법적으로 못하게 되어 있다”며 “담당 PD에게 국회 농성을 빼고, 세월호 유족과 관련해 광화문 농성이나 안산, 팽목항에서 취재하라고 했지만 담당 PD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CP는 “유가족 입장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나 <다큐 3일> 구조에서는 한쪽의 이야기만 100% 들을 수밖에 없다.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일을 한 쪽 당사자 이야기만 나가면 안 된다”며 “만약 <추적 60분>에서 논쟁을 다루겠다고 했으면 가능했을 것이지만, 국회 농성 아이템은 <다큐 3일>의 기획의도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제작 중단 논란에 대해 KBS본부는 국장과 CP의 지시가 논리적 정당성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KBS본부는 “<다큐 3일>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제작 중단을 지시한 김규효 국장과 장영주 부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오늘이라도 모순 가득한 논리로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하지 말고, 제작진의 자율적인 의견에 귀 기울이고, 지금까지 믿어왔던 제작진의 공영성과 가치관에 힘을 실어주는 진정한 프로그램 책임자로서의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