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두번 울린 언론, 특별법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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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언론이 말하지 않은 것은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지난 98일 동안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바다에서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믿기지 않은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규명해 달라는 절규였다. 하지만 사고 100일이 다되도록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밝혀진 게 없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희생자 가족이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례가 없고 형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갖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말 뿐인 특별법으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선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가족 진의’ 의도적 왜곡? =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슈를 보도하는 방송에선 여전히 이런 희생자 가족의 절박한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을 단순하게 정쟁거리로 취급하거나 오히려 유가족의 배상 문제를 부각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에선 지난 14일 가족대책위가 국회와 광화문 과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과 다음날 국회까지 도보행진한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대신 이날 <뉴스데스크>는 단신으로 내보낸 ‘단원고 3학년 대학 특례입학’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단원고 학생들의 지원법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특례입학을 보수신문과 종합편성채널 등이 주요 뉴스로 부각하자 곧바로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해명한 뒤에도 보수단체들이 21일 세월호 농성장을 급습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100일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행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노컷뉴스

■ 끝까지 청와대 책임 묻지 않는 언론 = 유가족들이 강력한 조사권한을 강조한 데는 소득없이 국정조사를 종료한 국회와 석달동안 ‘유병언 회장 검거’에만 몰두한 검찰에 대한 불신이 반영됐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은 지난 21일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평가발표회를 열고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녹취록이 공개된 것 외에는 딱히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며 “청와대를 두둔하거나 고의로 논점을 흐리는 일부 위원들로 그 의미마저 반감됐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지시 내용 등을 포함한 89가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일이 다되도록 세월호 사고가 의문투성이로 남게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겠다는 언론의 약속은 쉽게 깨졌다.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말바꾸기와 국가안보실의 무능함마저 축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0일 ‘청와대, 세월호 국정조사 보고’라는 제목의 단신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재난의 최종 지휘본부는 중앙재난대책본부”라고 언급한 부분만 전했다. ‘콘트롤 타워 청와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은 담기지 않았다.

■ ‘유병언 추정 시신 발견’ 또 물타기? = 사고 초기부터 대대적인 ‘유병언 검거작전’에 돌입했던 검경은 지난달 12일 유 전 회장의 순천 별장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그렇지만 40일 전 발견된 시신이 백골이 드러날 정도로 부패가 심하고 겨울 점퍼를 입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이 ‘검거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줄곧 제기됐던 터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즈음해 발표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또다시 경찰의 발표를 받아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변사체의 사망원인과 시점이 불분명한데도 유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전제 아래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언론은 세월호 사고 초기 검찰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생중계하면서 청와대 책임론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YTN은 22일 경찰 브리핑에 앞서 윤 전 회장을 취재한 <월간조선> 기자 입을 빌어 “(유 전 회장이) 자수를 할 것이냐,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냐 하면 도리어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많다”고 자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TV조선도 22일 오전 특보를 통해 “시신 주변에 흩어져 있던 소주병과 막걸리병으로 볼 때 음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 정쟁으로 전락한 특별법, 본질 없이 이견만= 어렵사리 성사된 국정조사부터 지상파에서 주요뉴스로 다루는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넘어와선 보도의 초점은 여야의 입장 차이가 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지난 16일 다섯 번째 리포트로 ‘세월호 특별법 합의 무산 조사위 수사권 두고 이견’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우리나라의 형사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발언과 함께 수사권 대신 상설특검이나 특임검사를 임명하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담았다. 이어 “근본 문제는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강제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안철수 공동대표을 나열했다.

SBS <8뉴스> 보도도 다르지 않았다. SBS <8뉴스>도 21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팀 재가동’ 소식을 번째로 전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가 오늘 시작됐지만 여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특볍벌 협상팀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피해자 가족이 수사권, 기소권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해법은 없는지 물음 대신에 관행적인 보도만 되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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