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사무처 종편심의 민원 ‘각하’ 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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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심의 민원 13건 중 6건 사무처 각하…“사무처가 게이트 키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단체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프로그램에 대해 제기한 공정성 등의 심의 민원 6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사무처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각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6·4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민언련 심의 요청 건 결과 분석 보고서’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언련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편 4사의 프로그램을 모니터 한 뒤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방송 13건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건이 사무처 자체 판단에 따라 회의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하고 ‘각하’ 처리됐다.

민언련은 방심위 사무처의 이 같은 각하 결정의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무처가 ‘제 멋대로’ 기준을 내세워 심의 요청을 각하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민언련은 TV조선 <뉴스쇼 판>이 지난 5월 28일 검찰의 서울친환경농산물센터 압수수색 소식을 전하며 “검찰이 두 후보(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쟁점 사안인 ‘농약 급식’ 문제와 관련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선거방송심의규정 제12조(사실보도) 1항 위반을 제기했지만 방심위는 해당 민원을 각하했다.

민언련은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은 농약급식 논란과 상관없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벌어진 직원 비리 문제 때문이었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농약급식 논란을 확대·과장·재생산시킬 위험이 높다는 지적에 검찰총장이 나서 수사중단을 지시한 사건”이라며 “하지만 TV조선 <뉴스쇼 판>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농약급식 때문이라고 오보를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심위 사무처는 △대다수 언론에서 검찰이 농약급식 논란과 관련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압수 수색한다고 언급했고 △야권과 박원순 시장 후보 역시 해당 수사를 ‘정치수사’, ‘관건개입’이라고 규정짓고 문제삼고 있으며, 이에 검찰이 수사보류를 결정했다는 내용을 해당 리포트에서 자막과 멘트 등을 통해 언급한 점을 감안해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6·4 지방선거 관련 종합편성채널 보도 등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제기한 심의 요청 민원 13건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가 자체 판단에 따라 각하한 민원 6건의 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대다수 언론에서 오보를 냈기 때문에 TV조선에 대해 문제삼을 수 없다는 건 위험한 논리비약”이라며 “(방심위 사무처 주장대로라면) 세월호 참사 당시 대다수 언론이 ‘전원구조’ 오보를 냈다고 해서 모두 ‘무고’로 간주해야 하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심의를 요청한 이유가 사실관계의 오류임에도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들먹이는 방심위 사무처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방심위 사무처는 채널A <이동관의 노크>(6월 1일 방송)와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6월 1일 방송) 등에서 고승덕 당시 교육감 후보 논란을 언급하며 사회자의 “역선택을 할까 걱정된다”,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 내부에서의 싸움이 진보진영에 어부지리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참고하라” 등의 발언을 방송한 데 대해 민언련이 “노골적으로 보수진영의 결집을 요구한 것”이라며 공정성 심의를 제기했지만 “일부 보수층들의 우려를 전달한 수준”이라는 판단과 함께 각하 결정을 했다.

특히 <이동관의 노크>에 대해 방심위 사무처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상당수 용인되는 대담 형태의 코너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 친딸 SNS 논란과 관련하여 교육감 선거 판세를 분석한 수준의 발언들로 판단된다”며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향적인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방송심의규정 상의 위반 여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심위 사무처의 일련의 각하 결정에 민언련뿐 아니라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연대는 23일 발표한 논평에서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무처의 답변은 사실상 해당 보도가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심위 사무처의 “선거에 개입하는 편향적인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등의 답변은 심의 결과에 붙는 사유로, 각하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언론연대의 주장이다.

언론연대는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사무처에서 각하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민원 내용이 실제 방송된 내용과 일치하지 않거나 특정 출연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출연을 막아달라는 등 방심위의 직무를 벗어나 사실상 민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민원이 제기된 프로그램이 심의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은 심의위원의 권한으로, 사무처가 심의위원에 앞서 민원 대상 보도를 심의하고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연대는 “사무처가 이렇게 제 멋대로 심의를 하여 민원을 각하하는 것은 월권의 소지가 있다”며 “어떤 법률이나 규칙에 근거해 각하를 결정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 사무처는 내부 업무편람에 따라 각하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을 뿐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사무처는 ‘각하된 민원을 보고하면 위원들이 의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소위에 보고하면 접수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사무처에서 각하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언론연대는 “방심위의 이 같은 민원 처리 방식은 민원인의 심의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방심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무처가 이런 식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해도 되는 것인지 방심위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문제제기에 방심위 관계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민원인은 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체 방송 맥락 속 문제가 희석된 경우들이나, 앞서 유사 사례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문제없음 판단을 한 내용 등이 있을 때 자체적으로 각하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선거방송심의위원들 역시 과거의 심의 사례 등을 감안해 사무처에서 문제 삼기 어렵다고 사전 보고한 민원 내용에 대해선 일부 위임을 하는데, 이는 관행적으로 해왔던 부분”이라며 “모든 안건을 민원인 요청대로 심의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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