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KBS 사장 내정자, 정권마다 ‘페이스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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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시절 개혁 프로그램 진두지휘…MB정부 ‘관제 프로그램’ 제작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조대현 KBS 신임 사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 제청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조 내정자는 오는 28일자로 KBS 사장에 공식 임명된다.

조대현 KBS 사장 내정자는 KBS 공채 5기(1978년 입사) PD 출신으로 일본특파원 차장, 교양국장, 기획다큐팀장, 전략기획팀 국장, TV제작본부장, 부사장 등 정권을 아우르면서 주요 보직을 밟아 온 이른바 ‘주류’ 그룹에 속하는 인물이다.

특히 조 내정자는 정연주 전 사장(2003년~2008년) 시절 교양국장, 기획다큐팀장, <KBS일요스페셜> 책임프로듀서를 맡는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KBS PD들 사이에서 조 내정자는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으며 비교적 신망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정연주 전 사장 후임으로 이병순·김인규 사장 체제로 접어들면서 변하게 됐다.

▲ 조대현 KBS 사장 내정자. ⓒKBS
조 내정자는 이병순 전 사장 시절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 TV제작본부장을 맡으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김인규 사장 체제에서 부사장을 맡아 3300여분에 달하는 G20 정상회의 특집 프로그램, <KBS 특별생방송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2010년 4월 11일 방송)라는 모금 방송을 편성해 이른바 ‘관제방송’ 제작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그 결과 지난 2009년 KBS PD협회가 진행한 신임투표에서 당시 제작본부장이던 조 내정자는 일선 PD들로부터 74%라는 높은 불신임을 받았다. KBS 안팎에서 조 내정자에 대해 ‘제2의 길환영’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KBS 출신의 한 PD는 “관리자로서 비교적 신망이 있던 PD면서 크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제작본부장과 부사장을 하면서 신임이 거의 땅에 떨어졌다”며 “관제 프로그램을 하는데 큰 역할 한 이전과 이후 평가가 달라졌다. 사장으로 내정됐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차기 KBS 사장으로 가장 부적격한 사장 후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 내정자는 19%(192명)의 응답률을 얻어 사장 후보 6명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9%라는 응답률은 상대적인 수치일 뿐 조 내정자가 KBS 사장에 적격한 인물이라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신임 사장 내정자가 정해지자 KBS본부가 “조대현 씨가 부적격 후보라는 딱지를 떼고 정상적으로 사장직을 수행하려면 KBS 구성원들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조 내정자가 ‘합리적 보수’의 면모를 다시 보여줄 지 아니면 안팎의 우려대로 ‘최악을 피한 차악’의 모습을 보여줄 지는 조 내정자가 정식 임명된 이후 행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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