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언론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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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KBS 파노라마〉세월호 100일 특집 ‘고개 숙인 언론’ 편

하나의 ‘반성문’이었다. 지난 25일 KBS <KBS 파노라마> ‘고개 숙인 언론’ 편이 보여준 것은 언론에 대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100일 동안 언론의 신뢰는 “전원 구조” 오보로 시작해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KBS 파노라마>는 남아있는 실종자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언론의 민낯에 실망한 국민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KBS 파노라마>에서는 지난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지난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특집 방송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25일 방송된 제2부 ‘고개숙인 언론’ 편(연출 이내규·이윤정·김민정, 글 신지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민낯이 드러난 언론, 그 중에서도 세월호 참사 보도로 사장 해임이라는 사태를 맞았던 KBS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 KBS ‘고개 숙인 언론’ 편. ⓒ화면캡처

‘고개 숙인 언론’ 편은 “언론은 왜, 어떻게 신뢰를 잃어버렸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수많은 미디어 간의 치열한 경쟁과 개별 언론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본능, 그리고 정부 입장에 대한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을 외면한 언론에게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현장을 누볐던 카메라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뉴스 화면에 “전원 구조”, “시신 다수 확인”, “총력 수색”,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 방문과 박수 소리가 담길 때, 뉴스에 담기지 못하고 카메라에 남아 있는 영상 속에는 언론이 말하지 않았던 진실이 담겨 있었다.

사고 당일 KBS목포 카메라가 찍은 사고해역에서의 야간수색 현장에는 해경 구조선이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 언론에서 말하던 ‘대규모’·‘총력’ 구조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 같은 현장을 목격했고,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외쳤지만 이러한 모습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다.

현장에 고가의 최첨단 카메라 수백 대와 수백 명의 기자가 있었지만 정작 보도되는 내용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언론 보도에 항의하며 “진짜 제대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해달라는 말이에요. 다 거짓말하고 있잖아요”라고 외치는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는 카메라 한 켠에 남겨지게 됐다.

▲ KBS ‘고개 숙인 언론’ 편. ⓒ화면캡처
이 같은 모습은 뉴스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지상파 3사에서 경쟁적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사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지만, 이들 역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원하는 사건의 진실과 정부에 대한 비판은 문제제기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무시한 ‘무례한’ 보도도 이어졌다. 언론은 막 바다에서 구조된 아이들에게 심경을 묻는가 하면, 결국 교실로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의 책상을 뒤지면서 특종 경쟁을 했다.

‘취재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행해진 언론의 보도 태도에 결국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들은 언론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됐다. 언론인이 현장에서 쫓겨나고, 언론인에게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욕먹는 일이 당연시 됐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누가 믿고 뉴스를 보냐. 이제 알았네. 뉴스가 다 거짓말이라는 걸”이라는 말은 언론인을 일깨우고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지난 5월 7일 세월호 참사 현장을 취재한 KBS 입사 4년차 미만의 보도국 막내 취재·촬영기자 40여명은 사내 기사작성용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기자들의 반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의 KBS 항의 방문 등 세월호 참사는 KBS 내부 자성의 목소리에 불을 붙였고, 결국 정치독립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길환영 전 사장은 해임됐다.

이후 KBS 내부에서는 변화를 위한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KBS PD협회와 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 현재 언론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 국장책임제, 뉴스개선 TF(태스크포스)팀 구성 등 각종 방안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 KBS ‘고개 숙인 언론’ 편. ⓒ화면캡처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인 스스로가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위한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보도로 수차례 고백하고 반성하고 다짐했듯이 언론인의 자성과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으로 인해 상처 받고 울어야 했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아직도 언론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다.

방송에서 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진실이죠, 진실. 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죽어 가는지 진실을 알고 싶죠”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100일이 넘도록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바라는 단 한 가지인 것이다. 방송을 통해 ‘참회’를 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방송을 통해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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