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스마트 미디어 사업 졸속 발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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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연합플랫폼 “합의도 없이 일방 추진” 사업 불참 통보 … 연내 상용화 추진 계획 차질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미디어벤처 육성 등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 발굴 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일부 사업자가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혀 프로젝트가 무산 위기에 놓이는 등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성공적 사례”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성과를 빨리 내려는 조급증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부는 지난 22일 중소개발사, 벤처기업과 방송사업자들을 연결지어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12종을 창출하겠다며 연내까지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진 창조경제의 성공적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에 발굴된 서비스로 1274억원의 연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새로 발굴된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 가운데 6개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진하는 ‘스마트서비스 시범사업’에 선정, 1억원의 지원금도 받는다. 스마트서비스 시범사업에는 △레드렙-에브리온TV 컨소시엄 ‘인터넷기반 글로벌 방송 서비스 및 방송 솔루션 제공 사업’ △미디어허브-CJ헬로비전 컨소시엄 ‘방송 메타데이터 기반 스마트 미디어 사업’ △에어코드- KBS 컨소시엄 ‘OHTV 표준을 활용한 채널 연계형 다기능 개인 맞춤형 스마트 EPG 서비스’ △재플-CJ헬로비전, 씨앤앰 컨소시엄 ‘채널전환 공간 광고 서비스’ △ 엠군미디어-콘텐츠연합플랫폼, 다음TV 컨소시엄 ‘한류 콘텐츠 기반 글로벌 스마트 OTT 서비스’ △ DO코퍼레이션-판도라TV 컨소시엄 ‘스타메이커’ 등이 뽑혔다.

하지만 이달 내로 완료해야 하는 협약 체결을 앞두고 일부사업자가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MBC와 SBS가 공동 출자해 만든 콘텐츠연합플랫폼은 “공식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없는데 미래부가 성급하게 발표를 했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부터 지상파 프로그램을 실시간과 VOD로 서비스하는 푹(pooq)을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엠군미디어, 다음TV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미래부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재외 국민을 대상으로 국내 지상파 콘텐츠를 앱이나 USB 기기를 통해 제공하는 글로벌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나 한류 팬을 겨냥한 것으로 국외에서도 USB만 꽂으면 푹을 통해 국내 지상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지상파 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오랫동안 검토해 온 문제이지만 각 방송사마다 해외지사를 두고 있는데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쉽지 않다”며 “방송사들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래부가 갑자기 발표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보도를 통해 자사 콘텐츠의 해외 진출 계획을 접한 MBC, SBS 등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한 다음TV쪽도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다음TV 쪽으로부터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 시범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프로젝트 주관기관과 플랫폼 사업자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기간이 2~3주 정도 있었는데 지금 와서 안 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무산과 관련해 컨소시엄 파기한 사업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성과주의식 사업 추진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다른 사업자들 입에서도 나온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프로젝트 중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은 ‘채널 전환 광고 서비스’도 연내 상용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채널전환 공간 광고 서비스는 디지털TV방송의 채널전환에 소요되는 1~2초동안 화면에 광고를 노출하는 서비스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벤처기업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선발했다는 의미 정도”라며 “서비스 상용화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CJ헬로비전과 씨앰앰 등이 오는 12월까지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서비스 상용화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번에 새롭게 발굴된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는 미래부가 미디어 분야의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획안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플랫폼 사업자들을 매칭해준 ‘스마트 캠프X'의 결실이었다. 지난 6월에 개최된 행사에서 60여개 중소개발사와 벤처들이 기획안을 발표한 뒤 플랫폼사들이 내부 검토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식이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방송사, 플랫폼사의 문턱이 높아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벤처기업들이 많았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사들이 많아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일부 프로젝트 무산과 미래부의 졸속 발표를 지적하는 뒷말이 나오면서 벤처 육성이라는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번 스마트 캠프X에 참여한 한 방송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이다 보니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꽤 있었는데 짧은 기간 안에 얼마나 신중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에서 성과 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졸속 발표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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