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 증언 뒷전, ‘조백님’ 의미만 궁금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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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MBC·SBS, 유대균 검거 이후 세월호 특별법 등 보도 전무

“안에 친구들 많이 있다고 했는데도 (해경은) 가만히 있었어요…(중략) 선내 안내방송은 ‘특히 제발 단원고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어요.” “왜 친구들이 그리돼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 발생 104일째 날이었던 지난 28일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인에 대한 공판에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생존 학생들의 입을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진술이 이뤄진 것으로, 이들은 침몰 당시 선원들이 승객들의 구조를 막고 해경 역시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음을 재확인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처벌만큼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에 나선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생각은 다른 듯 보인다. 생존 학생들의 호소는 아랑곳 않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쫓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7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MBC (모자이크는 <PD저널> 자체 처리)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증언이 있었던 지난 28일 KBS와 MBC의 메인뉴스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공개 수배됐던 ‘김엄마’ 김모씨의 자수 소식과 앞서 지난 25일 검거된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그의 도피를 도와온 박모씨의 구속 사실을 첫 번째로 전했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 첫 번째 리포트를 포함해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한 리포트 여섯 개를 연이어 배치했다. 그러나 일련의 리포트들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수사 상황에 대한 의미를 짚는 분석도 아닌 신변잡기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었다.

유대균씨 은신처에서 발견된 도피자금이 아버지(유 전 회장)의 13억여 원보다 한참 적은 2000여만 원에 그쳤다는 점 등을 전하며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탓이라고 분석하고(“버림받은 장남 유대균? 아버지와 달랐던 ‘초라한 도피’”), 박모씨가 유대균씨를 “조백님”이라고 불렀는데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조백’이라는 호칭이 “조각가에 대한 높임말로 추정된다”고 전하는(“‘유대균 보필 사명’ 어머니 교육”) 식이었다.

정부와 관계기관의 우왕좌왕 초기 대응이 희생자를 늘렸다는 지적이 높고 유 전 회장 일가에 과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물을 수 있을지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이들에 대한 수사에만 열을 올리고 방송·언론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하는 모습을 두고 세간에선 ‘물타기’라는 비판이 많다. 그럼에도 어쨌든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방송·언론에서 이를 조명할 순 있지만, MBC <뉴스데스크> 보도는 그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JTBC <뉴스9>가 같은 날 보도에서 “검찰은 유대균씨가 (청해진 해운의)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대주주이고 청해진해운에서 8년 간 35억원을 포함해 모두 99억원을 횡령한 만큼 경영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사고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횡령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건 따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증언과 호소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스물일곱 번째에 해당 소식을 21초 분량으로 배치한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참사 100일째 날이었던 지난 24일에도 유족들이 단식과 노숙을 하면서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 내용을 22초 분량의 짧은 리포트로 전달한 바 있다.

SBS의 메인뉴스인 <8뉴스>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법원 증언 소식을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 낮은 출산율에 따른 인구 고령화 현실과 관련한 두 개의 기획 리포트를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내보낸 뒤 유 전 회장 일가 관련 리포트 네 개와 국회 세월호 청문회 증인채택 난항 소식을 연이어 배치하는 데 그쳤다.

▲ 7월 28일 KBS <뉴스9> ⓒKBS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만이 세 번째 리포트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법정 증언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KBS <뉴스9>는 단원고 학생들의 법정 증언 관련 리포트에 이어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세월호 청문회 관련 리포트를 배치했는데, 여야에서 채택과 배제를 각각 주장하고 있는 명단에 대한 타당성을 따지는 대신 공방으로 처리, 청문회를 정쟁으로 이끄는 주체를 짚어내지 못했다.

지난 25일 유대균씨 검거 이후 사흘 동안 방송·언론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는 쏟아졌지만 유족들이 보름 이상 단식을 하면서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소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MBC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유대균씨 관련 소식을 각각 14개 쏟아낸 반면 세월호 특별법과 유족 단식 등에 대한 보도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KBS는 열 두 차례 유대균씨 검거 소식을 전했지만 세월호 특별법과 유족 단식 등에 대한 보도는 한 번에 그쳤다.

민언련은 “유 전 회장 일가를 검거한다고 해서 참사의 모든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닌 만큼, 언론은 특별법과 국정조사, 단식농성에 들어간 유가족과 국민의 진상규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충분히 보도함으로써 정부와 국회의 진상규명 노력을 견인해 낼 의무가 있지만, 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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