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이하 재난망) 논의가 ‘700㎒ 주파수’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필요성이 커진 재난망 주파수로 700㎒ 대역이 지목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방송과 통신업계에서 신경전을 벌이던 ‘황금 주파수’ 700㎒ 대역 할당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29일 재난망 기술 방식 결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재난망 주파수로 700㎒ 대역이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구축 비용과 가용 대역 폭, 국제적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700㎒ 대역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철도망 등을 묶은 통합망으로 구축할 경우 20㎒ 폭이면 재난망 구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개별적으로 통신망을 운영하고 있는 경찰·소방·지자체·군의 통신망을 일원화하면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사불란한 교신과 구조작업이 가능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700㎒ 대역을 재난망으로 배분하기 위해선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결정과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절차가 남아있지만 통합 재난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방송과 통신업계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난망까지 할당하고 나면 700㎒ 대역 108㎒ 폭 중에서 활용 가능한 주파수가 48㎒ 폭 정도만 남는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초고화질) 방송을 위해 최소한 54㎒ 폭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통신사들도 트래픽 해소를 위해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용으로 결정한 40㎒ 폭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재난망으로 우선 주파수를 배분하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차세대 방송으로 준비했던 UHD(초고화질) 방송은 물거품이 된다. 이 때문에 재난망 주파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지상파는 통신용 할당 내용이 담긴 ‘모바일 광개토 플랜’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2012년 방통위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의결할 당시에는 재난망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재난망 우선 배분 논의와 함께 주파수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라며 “‘알박기’식으로 통신용으로 할당한 주파수 대역까지를 포함해 모두가 주파수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통신용으로 결정한 상향 20㎒은 무선마이크 혼신 문제로 사용이 유예돼 2021년까지는 통신망으로 쓰지도 못한다”며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백지화하면 재난망과 방송용, 통신용을 균형 있게 배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40㎒도 포함해 700㎒ 주파수 운용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나선 건 이런 지상파의 입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그동안 700㎒ 대역 배분을 위한 연구반에서도 통신용으로 할당한 폭을 제외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방통위원장의 지원 사격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700㎒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오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당장 방통위원장의 말대로 700㎒ 대역 할당의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통신사들은 2012년 방통위의 결정사항을 뒤집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방송사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는 시각도 없진 않다.
주파수 정책 주관부처인 미래부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신용으로 할당한 700㎒ 대역의 재검토를 방통위와 정책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며 “방통위와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