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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

[인터뷰] KBS 1TV ‘TV, 책을 보다’ 민승식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4.08.01 11: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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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다. 휴가철을 맞아 직장인들은 모처럼 해외 휴양지로 떠나거나 무더위를 피해 ‘도심 속 휴가지’를 찾곤 한다. 그러나 성수기로 인한 극심한 교통체증과 바가지 요금을 겪다보면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기 어려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바쁜 일상에 쫓겨 미뤄뒀던 독서 휴가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PD저널>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KBS 1TV <TV, 책을 보다>(민승식·김동렬·김장환·이은형) 연출을 맡고 있는 민승식 PD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와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 민승식 KBS PD  
▲ 민승식 KBS PD
민승식 PD는 재미있고, 자꾸 듣고 싶은 클래식을 표방한 <클래식 오디세이>를 지난 2000년부터 5년 여간 연출했고, 예술과 문화에 목말라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2011년 <명작 스캔들> 연출을 맡았다. 문화·예술 분야의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민 PD는 이번에는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택했다. 민 PD는 지난해 10월부터 방송된 <TV, 책을 보다>에서 기존 딱딱한 책 소개 프로그램의 틀에서 벗어나 책을 매개로 강독과 강연을 접목한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TV, 책을 보다>는 지상파에서 현재 유일한 책 소개 프로그램이다. 공영방송인 KBS에서는 <TV, 책을 말하다>(2001~2009), <즐거운 책읽기>(2011~2013) 등을 방영해왔지만 매번 논란 끝에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안팎의 안타까움을 샀다. <즐거운 책읽기> 폐지 이후 KBS 내부에서 책 소개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져 지난해 10월 <TV, 책을 보다>가 신설돼 현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TV, 책을 보다>는 ‘딱딱한 비평’에서 벗어나 ‘말랑한 영상’을 더했다. 프로그램 도입부에 소개할 책의 간략한 줄거리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쉽게 풀어내 시청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것. 민 PD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워낙 오래된 현상이라 (연출자로서) 흥미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며 “애당초 영상시대인만큼 ‘책의 영상화’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지만 예산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절반은 완성도 높은 영상에, 나머지 절반은 강독을 접목한 현 프로그램 구성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TV, 책을 보다>에서 선정된 책들을 보면 전문서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책들이 대부분이다. 작가 조정래의 <정글만리>, 정유정의 <28>, 만화가 윤태호의 <미생>을 비롯해 해외 문학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리언 반스), 현재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점하고 있는 <미 비포 유>(조조 모예스)까지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른다. 민 PD는 “시대를 읽을 수 있고, 인문학적으로 재밌을만한 책, 읽는 데 어렵지 않은 책이 선정 기준”이라고 말했다.

  ▲ KBS 1TV ‘TV, 책을 보다’ ⓒKBS  
▲ KBS 1TV ‘TV, 책을 보다’ ⓒKBS
연사와 패널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분은 스페인 산티아고 도보 순례를 다녀온 가수 박기영 씨가 연사로 출연해 “어깨를 누르는 짐이 삶의 무게 같았다”는 경험담과 함께 책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의 일부를 강독해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았다. 또 제작진들이 패널로부터 미리 독후감을 받아내 책의 내용과 경험담을 버무리는 데 신경 쓰는 덕에 녹화에 들어가면 패널 간 소통이 더욱 풍성해진다는 게 민 PD의 설명이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앞 다퉈 책 소개 팟캐스트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TV, 책을 보다>의 입지도 그리 녹록해보이지 않는다. 민 PD는 “팟캐스트는 방송 매체에 비해 책 선정이나 표현 방식이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시류를 타고 있지만, TV는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차별점인 것 같다”고 답했다.

“<TV, 책을 보다>는 다른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지만 분명히 존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시청자의 문화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KBS의 공적 책무와도 부합하고요. 현실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영상 시대에 발맞춰 ‘책의 영상화’ 작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네요.”(웃음)

<TV, 책을 보다> 제작진은 독서의 계절이자 문화의 달인 오는 10월 책의 거장들을 만나보는 5부작 특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인 고은 선생과 김훈 작가를 비롯해 <허삼관매혈기>의 위화(중국),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브라질),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의 빌 브라이슨(미국)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인터뷰 말미, 민승식 PD에게 독서 휴가를 떠난다면 어떤 책을 소개하고 가져갈 것인지 물었다. 민 PD가 <TV, 책을 보다> 연출을 맡으면서 소개했던 책들 중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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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쓴 장편소설로 노인의 삶을 통해 한 세기의 현대사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100살이 된 주인공이 이대로 살다가 죽을 순 없다는 생각으로 100세 생일에 양로원을 탈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어 전개하는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파란만장한 세계 현대사를 유머 넘치게 표현해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근 동명 영화가 상영됐고, 신간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출간됐다. 


■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서현, 효형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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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생소한 ‘건축’이란 분야를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건축물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틀을 마련해준다.

‘대중을 위한 건축입문서’로 불리는 이 책은 건축가가 사회를 향해 주섬주섬 늘어놓는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내가 사는 집, 내가 사는 마을, 내가 사는 도시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건축’이라는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프레데리크 그로,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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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걷기에 담긴 삶에 직결된 철학과 대표적 인물을 소개한다. 고통의 순간에도 걷고 또 걸은 철학자 니체, 바람구두를 신은 천재 시인 랭보, 느리게 걷고, 깊이 사유하며 자유롭게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책은 ‘걷기’를 ‘멈춤의 자유’, ‘일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하며 걷기를 예찬한다. 비록 일상으로 되돌아왔을 때 자신과 타인에 대한 망각이 흥분과 피로로 다시 자리 잡을 지라도 걷는 동안은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쁨 속에서 여유를 찾는 방법과 자유로운 사고의 확장을 도와준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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