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재·보선 패인의 핵심, 정말 세월호 심판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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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재·보선 패인의 핵심, 정말 세월호 심판론 때문일까
[뉴스 속] 세월호 접고 민생을 보자는 공영방송 뉴스들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8.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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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월호 심판론 프레임이 7·30 재·보선에서 야당을 침몰시킨 것일까. 재·보선 다음날인 지난 7월 31일 공영방송의 메인뉴스들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각각 어조의 차이가 조금씩 있을 뿐, 모두 여당의 경제 살리기 프레임에 세월호 심판론 프레임을 주장하던 야당이 패배했다고 말하고 있다.

MBC “7·30 재·보선 야당 참패, 세월호 심판보다 민생이 더 시급한 과제 의미”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두 번째에 배치한 <15곳 중 11곳 승리, 새누리 예상 깨고 ‘압승’…야당 참패> 리포트에서 “야당의 참패는 전략공천에 따른 후유증과 세월호 심판론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뉴스데스크>가 두 번째 리포트에서 야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은 “세월호 심판론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에 대한 설명은 14번째 리포트 <재·보궐 선거, 결과와 의미는?…심판보다 희망 택했다>에서 보다 구체화 됐는데 유권자들이 “야당에서 내세운 세월호 심판보다 민생과 미래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7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MBC
해당 리포트는 우선 여당의 승리 요인을 짚었다. “새누리당은 경제 살리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월호 정국의 슬픔과 무기력감을 극복하기 위해선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중략)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등 과감한 대책으로 당정 간 호흡을 맞춘 것도 유권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이어 야당의 패인을 짚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 심판론에 집중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와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지루한 논쟁. 국민적 슬픔을 정쟁화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분석을 뒷받침 하는 전문가 멘트도 곁들였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과)의 “정부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야당의 전략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실망감과 피로감을 만들어냈다고(본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기자 멘트를 통해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는 슬픔을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해당 리포트의 기자 멘트는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이완구 원내대표의 발언과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이날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의 국민적 슬픔을 법과 원칙에 맞게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을 깊이 명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에서 승리한 여당 원내대표가 선거 결과를 두고 내놓은 “세월호의 슬픔을 딛고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자평과 다짐의 내용들이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에서 ‘힘이 실리고 있는 여론’이라고 소개한 내용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이런 평가는 이완구 원내대표와 MBC에서만 내놓은 게 아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성향의 신문들도 7월 31일자 지면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KBS <뉴스9>도 심층 분석을 맡는 ‘이슈&뉴스’ 코너에서 야당의 패인으로 공천 파동과 세월호 심판론 고집을 지적하며 “특히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민생법안과 연계시키려 한다는 인상까지 줬는데, 경제 살리기를 원하는 바닥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중략) 민생 안정과 경제 살리기를 원하는 민심을 확인한 만큼 정치권도 각종 정책 추진과 법안처리에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선거가 끝난 만큼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증인 협상으로 정상적인 국회 활동이 차질을 빚는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새누리당은) 8월 국회에서 세월호 수습을 위한 특별법 등을 매듭지은 뒤 정기국회에서는 본격적인 주요 계류법안 처리에 나설 예정으로, 세월호 정국에 대한 민심의 피로감이 선거로 드러난 상황에서 야당의 입장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야당 참패의 핵심 요인, 정말 세월호 심판론 피로도 때문이라고 단순화 시킬 수 있나

야당의 참패로 끝난 7·30 재·보선에 대해 MBC와 KBS가 분석하고 전망한 내용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은 결국 하나다. 세월호 관련 논의들-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등-을 어서 매듭짓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라는 요구다. 현재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논의에서 여야가 크게 부딪치고 있는 부분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 문제다. 세월호 유족들의 뜻에 따라 야당은 수사권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여당은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에 패배한 야당에게 세월호 정국을 매듭지을 때라고 강조하는 일련의 보도들은 결국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포기하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당신들을 심판한 민심의 뜻은 지금 당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있지 않다고 꾀는 목소리인 것이다.

▲ <한겨레> 8월 1일 1면
문제는 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을 세월호 심판론 때문이라고 단순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당장 KBS <뉴스9>도 야당의 패인으로 세월호 심판론 고집을 지적하기에 앞서 “질래야 질 수 없다는 환경에서 야당이 참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공천파동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심판론을 보다 주요하게 꼽긴 했지만, 전략공천의 실패도 패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1일자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와 이어진 4면에서 새정치연합 패배의 원인을 다각도로 짚었다. 야당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포함한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안팎의 비판과 분석을 종합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에 패배한 근본적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도부의 취약한 리더십이다. 안철수·김한길 대표 책임이라는 얘기다…(중략) 선거 참모들의 전략이 부실했던 것은 두 대표가 선거를 지휘할 리더십과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절박감 부족이다…(중략) 집권보다 눈앞의 밥그릇에 더 신경을 쓰는 의원과 당직자들이 많으면 그 정당은 결코 집권할 수 없다. 셋째, 비전과 목표의 실종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 출신들이 ‘한국을 바꾸겠다’며 정당과 현실정치에 투신하던 시절이 있었다…(중략) 지금은 왜 집권해야 하는지, 집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철학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JTBC <뉴스9>도 7월 31일 보도에서 야당의 패인을 △유례없는 공천파동 △선거 이끌 전략부재 △시기 놓친 야권연대 등으로 짚으며 “이전 선거를 보도라도,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야당이 수권 능력이 있는 당이냐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손석희 앵커), “2011년 10월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래 최근까지 3년 동안 치러진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기록한 성적은 1무 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뼈를 깎는 혁신과 노력을 해서 수권 능력, 다시 얘기해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다음 선거도 비관적이다, 이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성대 기자)고 전했다.

일련의 보도들만 봐도 세월호 심판론이 야당 패인의 핵심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영방송, 특히 MBC는 야당의 패인을 세월호 심판론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 때문이라고 상당부분 단순화하고 있었다. 하나의 결과를 구성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단순화 시켰을 때, 그에 따른 해법과 전망의 방향이 제대로 설정될 수 있을까.  

덧) 한국갤럽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 수사권 부여 문제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24%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대부분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대부분+어느 정도) 밝혀졌다”는 의견이 31%였던 반대 “(별로+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은 64%였다. 이 조사는 7월 29~31일 사흘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응답률 15%, 총 통화 6957명 중 1016명 응답 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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