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1|제임스 랜디! 그를 알게 된 건 나에게 정말 행운이었다. 어메이징 랜디(amazing randi)라고도 불리우는 75살의 마술사. 그는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진짜 초능력자를 찾는 일을 96년부터 해오고 있었다.랜디는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이 믿고싶어하는 초능력을 부정한다.그의 논리는 명쾌했고, 모두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근거 있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얘기에 선뜻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미국의 매스미디어조차 마찬가지였다. 랜디의 표현에 의하면 미국tv는 늘 신기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능력을 제대로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찾아온 나에 대해 랜디는 처음에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대부분의 미국 방송 pd들이 그랬듯이 초능력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에 자신을 구색맞추기 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태도였다. 나는 나의 진심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와 손을 잡았다.
|contsmark2|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집도 아니고 레귤러도 아닌 9∼10회 정도의 연속물이라는 형태가 교양 pd인 나로서는 생소했다.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였던 일요일 저녁7시에 교양물로 승부해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더구나 다큐멘터리적 리얼리티인 내용을 오락적인 감각으로 포장해야했다.그래서 우리 팀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특집 미니시리즈 다큐멘터리 검증쇼’라는 다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말았다.참고해야할 유사 프로그램이 없는 새로운 개념이었기에 출발은 쉽지 않았다. 초능력이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민감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진짜 초능력자를 감별해 내는 방법과 기준은? 과연 자칭 초능력자들이 자신을 검증하는데 선뜻 응할 것인가? 기획, 취재가 시작된 작년 8월부터 첫 방송이 나가기 시작한 2월까지의 6개월 동안은 마치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공포영화의 주인공 같은 심정이었다.이런 저런 그림들을 그렸다, 지웠다를 수십 번 반복해야 했다.나중에는 자신에 대한 신념마저 계속 흔들렸다. 내가 맞게 생각하고 있긴 하는가?결국 초능력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개념에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프로그램은 만들어졌다.
|contsmark3|<도전!100만달러…>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그래서 초능력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사람들은 그만큼 초능력에 관심이 많았고, 어찌 보면 초능력을 원하는지도 모른다.어느 날 갑자기 로또 복권이 당첨되듯 뚝딱하고 나타나는 도깨비방망이를 상상하기도 한다.그 만큼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상상해 본다. 어느 누구도 초능력을 꿈꾸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초능력자는 혹시 이 세상에 없을까?
|contsmark4|남상문sbs 교양국 pd|contsmar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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