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서 환기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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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NYT 등 세월호 유가족 요구 조명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36일째 날이자 닷새의 방한 일정 동안 매일같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난 날인 18일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단식 장소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우리를 위로해주십시오…(중략) 우리가 위로받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말로, 김영오씨는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 가겠다”며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방한 기간 내내 계속된 교황의 사려 깊은 위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팎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18일자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전명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부대표의 “해외 언론도 많이 취재했고 지상파 방송사도 그간 모른 척하다 교황께서 찾아오니 뉴스에서 다뤘다”는 말과 함께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 (교황 방문으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운동에 다시 싸울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에게 힘을 보탠 해외 언론의 보도는 어떤 내용이었을까.

▲ 8월 15일 <보스턴글로브>
외신들, ‘현재 진행형’ 세월호 참사 환기

외신전문번역매체인 <뉴스프로>에 따르면 교황 방한 첫날이었던 지난 14일 <뉴욕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목요일(14일) 한국에 도착해 분단된 한반도에 희망과 화해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지난 4월 여객선 참사로 숨진 아이들의 가족들 수십명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교황이 공항에서의 환영식에서 세월호 침몰로 사망한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와 함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몇 주 동안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참사의 내막을 은폐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하며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서울 중심에서 노숙을 했으며, 때로는 단식 농성을 벌여왔다”며 “이들은 (참사 원인의) 독립적인 조사를 위한 자신들의 요구에 교황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처한 현실과 요구를 자세히 전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AP통신 보도를 인용해 지난 15일 교황이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타임>은 해당 보도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진도까지 도보 순례를 했던 한 유족이 들었던 십자가가 교황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전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월호 참사라는 이 비극이) 온 한국인을 슬픔 속에 한 데 모이게 하고 공동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확인시켜주었기를 희망 한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안임을 전달한 것이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는 지난 15일 ‘프란치스코 교황, 여객선 참사로 상처 입은 한국인들에게 손 내밀다(Pope Francis reaches out to Koreans scarred by ferry disaster)’이라는 기사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김영오씨 인터뷰도 게재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서 전국적인 분노를 일게 했고,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400만 이상의 서명이 모아졌다”며 “김씨는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과 다른 희생자 가족들이 아직 이루지 못한 일, 즉 한국정부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행동에 나서도록 해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사고 후 며칠 동안 수집된 증거는 해경, 해병대, 그리고 구조팀이 신속하게 행동했다면 304명의 사망자 중 다수가 살아남을 수도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령이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버리자 희생자 유가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토요일 미사(시복미사)를 열기로 예정돼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서울 시내 광장에서 지난 넉 달 간 야영을 해왔다”고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교황에 대한 김영오씨와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요구 또한 구체적으로 전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인터뷰에서 김영오씨가 “교황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분이어서 세계가 우리들에게 귀 기울이도록 하는 일에,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일에 그분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께서 말씀하신다면 그들(한국 정부)이 들으리라 생각하는가”라는 <보스턴 글로브>의 질문에 김영오씨가 “현재로서는 그들은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있고, 그래서 나는 그들이 교황님의 말씀조차도 들으리라 믿지 않는다. 그들이 듣게 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세계의 여론과 언론의 보도가 쏟아져야 하며, 교황께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울 있다. 우리는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전반적인 정치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달함으로써 한국 정부뿐 아니라 언론으로부터도 소외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 8월 15일 <내셔널 가톨릭 뉴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막아서는 경찰 모습 보도하며 한국 정부의 ‘모순’ 지적

미국의 가톨릭전문지인 <내셔널가톨릭뉴스>는 지난 15일 ‘한국 여객선 피해자 아버지를 막아선 경찰(Police confront Korean ferryboat victim’s father)’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섯 장의 현장 사진과 함께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산책길을 막은 경찰의 모습을 보도했다.

<내셔널가톨릭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5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경찰이 병력을 대거 동원해 한국에서 가장 나약하고 힘없는 영혼으로 널리 알려진 남자를 에워싸고 막아섰다”고 보도했다.

<내셔널가톨릭뉴스>는 “여기(김영오씨를 막는 경찰의 모습에는) 모순이 있다”며 “교황은 박 대통령과 (한국의) 주요 공직자들과의 만남에서, 그리고 이후 만난 한국 주교단에도 화해를 주문하며,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과 연대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내셔널가톨릭뉴스>는 이어 “현재 한국 사회에서 힘없는 자를 꼽을 때, 자신의 딸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팀 구성과 죄가 드러난 자들을 누구든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33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보다 눈에 띄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는 지난 14일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 안전을 희생해서라도 성장과 이익을 우선하는 한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마주할 한국 사회의 모습과 문제들을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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