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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PD를 찾아라<4> 생명의 강 남대천, 다 못한 이야기들

김선일(KBS강릉 방송국) l승인1997.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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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 이야기 하나 - 제작에 들어가기 전
|contsmark1|"남대천에 뭐 있어?" "김pd 이제 양양 남대천 물고기는 씨가 마르겠네" "가서 어디에 무슨 고기가 있는지 잘 알아둬" 양양읍에 있는 남대천을 촬영하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주변에서 한마디씩 하는 얘기들이다. 얼마전 언론 매체에서 지리산에 반달곰이 서식한다는 보도 후에 지리산 일대에서 수렵용 덫이 엄청나게 수거됐다는 이야기에서 보듯 환경을 지키자고 반달곰을 보호하자고 보도를 하지만 사람들은 기어코 환경을 파괴시키고 잡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양양 남대천은 영동지역 대부분의 하천들이 오염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금자리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곳이라는 곳을 얘기하려고 제작에 들어섰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방송이 나가면 곧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의 수준일까?
|contsmark2|2. 이야기 둘 - 산천어 촬영을 하면서 남대천 상류에서 2박 3일 동안 수중촬영에 들어갔다. 여러곳에서 힘든 촬영을 마치고 민박 집에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촬영한 것을 모니터할 때 "산천어 어디서 찍었어요. 제법 큰놈인데요" 주인이 슬쩍 끼어들며 얘기를 풀어놓는다. "예, 저 아래쪽 계곡에서 찍었는데요, 몇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동네에선 10년전만 해도 꽤 많았는데요.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잡기 시작하더니 어느 해인가부터는 일본인 낚시꾼들도 데려와 산천어 낚시를 하지 뭡니까." "요즘은 마을 사람들이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신천어를 잡는 것을 막기 때문에 그나마 저 정도 있지 그렇지 않으면 씨가 말랐을 겁니다." 아마 민박집 주인은 대놓고 얘기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촬영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다. 방송이 나가면 또 외지인들이 몰려와 산천어 잡기에 열을 올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정확한 지명은 얘기하지 않고 방송을 내야 할까?
|contsmark3|3. 세번째 이야기 - 남천희 사람들
|contsmark4| 양양읍에 사는 사람들이 구성한 남천회란 조직이 있다. 이들은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조직한 친목단체로 친목외에도 남대천에서 불법 낚시나 환경 훼손 행위를 감시하는 활동 등을 펼치는 단체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체의 회장은 조성수씨인데 남대천에서 고기를 잡아 꾹저구탕이나 은어튀김을 팔고, 회원들 중에도 낚시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 단체에선 내수면 연구소에서 인공 부화시킨 어린 은어를 계곡에서 키우고 있었다. 4월경부터 키운 어린 은어가 가을철에 성어가 되면 다시 인공 채란, 부화를 시켜서 바다로 보낸다. 내년 봄, 남대천엔 더 많은 은어가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회원들간에 당번을 정해 놓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은어의 먹이를 주어야 하고 뜨거운 여름철엔 은어가 수온상승으로 죽을 유려가 있어서 물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이들은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소재를 놓칠수가 없어서 남천회에서 은어 키우는 것을 촬영하자고 슬쩍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순순히 그러자고 하면서도 차일피일 촬영일을 늦춘다. 가을철이 다 되어도 은어 양식하는 곳을 보여주지 않았다. 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하니까 방송에 나가면 누군가가 싹쓸이를 해 갈 것이기 때문에 장소를 보여주지 못한단다. 아이쿠, 좋은 얘기 거리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contsmark5|4. 네번째 이야기 - 골재 채취와 메기
|contsmark6| 방송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남대천에서 채취되는 골재의 양은 년간 15만 4천 입방미터이다. 이런 골재 채취로 인해 하류에서는 수중촬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아침 9시면 시작되는 골재 채취로 인해 혼탁한 물이 하류쪽으로 흘러 내려서 촬영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 곳 남대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이 골재 채취에 대하여 다 한마디씩은 한다. 예전엔 하류쪽에 팔뚝만한 메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메기를 보기가 힘들다고.(이 얘기 듣고 남대천에 메기를 잡으러 가는 pd 없겠죠?) 메기는 자갈에 알을 낳는데 골재 채취로 인하여 산란 장소가 없어져 메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4월경 하류에서 수중촬영시 죽어있는 뱀장어나 메기들을 많이 보았다. 왜 죽었는지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또한 은어도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은어는 자갈에 붙은 미생물이나 이끼 등을 먹는데 골재 채취로 인해 흙이 떠내려와 자갈에 붙은 이끼가 부패해버리거나 자갈 위에 흙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 먹고 사는게 우선인데 고기 몇 마리 죽는 것쯤이야.
|contsmark7|5. 이야기 다섯 - 은어의 산란과 낚시꾼
|contsmark8| 은어는 성어가 되면 몸에 혼인색이 생기고 암수가 같이 붙어서 자갈밑에다 알을 붙인다. 은어는 주로 저녁때부터 산란을 시작하여 새벽녘까지 산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이나 낮에 산란을 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10월 중순 저녁 9시쯤 여울이 흐르는 곳에서 은어의 산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은어의 산란보다 더 빠른 것이 있다. 5.6명의 낚시꾼들이 벌써 낚시 준비 끝. 은어 산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이런 무리가 하룻밤에 3.4팀 정도 된다) 한쪽에선 한참 산란을 하고 있는 은어를 낚시로 잡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예 투망으로 한 번에 이.삼십 마리씩 잡아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이들은 하룻밤에 이.삼백마리는 기본이란다. 산란철에 은어를 잡는 것이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가장 많이 잡을 수 있는 기간을 놓치면 되겠느냐는 것이 낚시꾼들의 얘기이다. 이들의 움직임 때문에 은어 산란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이들을 찍어 방송에 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핸드폰으로 시청에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시청이죠. 여기 불법 은어잡이 낚시꾼들이 있는데 단속 안 나와요?" 시청 숙직자가 대답하길 먼저 신상 명세를 대란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단속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낚시꾼들은 전화소리를 듣고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이래서야 언제 불법행위가 없어질꼬. 새벽 1시가 지나서야 겨우 은어의 산란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낚시꾼들과 실랑이를 하다보니 조명 배터리가 다 떨어졌네. 다음번엔 잘 준비해 찍어야지.
|contsmark9|6. 이야기 끝 양양 남대천. 참 좋은 곳이다. 깨끗한 물살이 구비구비 흘러내리고 사철 때를 따라 황어, 은어, 연어 등이 산란을 하기 위해 올라오고 그런대로 자연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영동지역에서 마지막 남은 깨끗한 하천이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을 어찌 방송하지 않으랴. 하지만... 정말 방송이 나간 뒤 사람들이 몰려와서 남대천을 황폐시킬까? 방송이 나간 후 여러 곳에서 전화나 공문이 왔다. 테잎을 복사해 교육용이나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그리고 방송내용에 공감을 한다고.. 아직 우리 사회엔 위에 열거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다음엔 남대천의 어떤 모습을 방송할까? |contsmar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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