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팀장급 인사, 인적쇄신 ‘구색 맞추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경철 전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등 일부 포함…임원 인사 ‘참사’ 만회?

KBS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팀장급 191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이번 팀장 인사에서는 회사와 대립각을 세운 인사들도 부분적으로 포함돼 긍정적인이 평가가 나오지만, 조대현 사장이 취임 이후 단행한 임원 인사와 부장급 인사에서 인적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자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KBS는 지난 12일과 13일자 인사에서 승격과 전보를 포함한 191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KBS는 지난 7월 28일 조대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7월 30일 금동수 부사장을 임명한 것을 포함해 본부장 및 센터장, 실·국장, 부장단, 팀장급 등 총 361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사가 이뤄졌다.

이번 팀장급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보직에서 배제됐던 노조 집행부 출신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보도본부 과학·재난부 팀장으로 발령이 난 엄경철 전 KBS본부 위원장은 KBS본부가 지난 2010년 7월 ‘임금협상·공정방송 쟁취, 조직개악 저지’ 등을 내걸고 29일간 전면 파업을 벌였을 당시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엄경철 기자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8뉴스 타임> 진행을 맡는 등 기자와 앵커로서 다양하게 활동했으나 노조위원장을 맡은 이후 앵커는 물론 주요 보직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한 지난 5월 길환영 전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를 벌인 KBS기자협회의 전 협회장 역시 보도본부 북한부 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밖에도 KBS본부 라디오 중앙위원 출신과 KBS PD협회장 출신 인사 등도 포함됐다.

이처럼 그동안 주요 인사발령에서 배제됐던 노조 집행부 출신 등의 인사들이 팀장급 인사 명단에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내부 구성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길환영 전 사장 체제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형평성을 고려한 인사로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조대현 사장이 임명하는 부장급 이상 주요 보직 인사를 보면 길 전 사장 체제 인사나 조대현 사장의 측근 등이 대거 포함돼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일부 전향적인 인사가 포함됐다 하더라도 전체 인사로 봤을 때는 조 사장이 취임식에서 강조한 혁신이 가능할 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 예로 금동수 부사장은 정연주 전 사장의 부당 해임을 반대하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로 인해 노조 탄압 전문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서재석 현 정책기획본부장은 이명박 전 정부 시절 <시사360> 등 K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폐지에 앞장섰으며, 길환영 전 사장 체제에서는 TV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정은창 보도국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정치외교부장직에 있으며 대선 뉴스 축소 보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축소·편파 보도를 이끌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팀장급 인사가 과거 인사에서 문제가 많았던 길환영 사장 때나 그 전 사장 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긍정적인 면이 보였다는 거지, 지금까지 난 인사 전반을 살펴보면 ‘탕평인사’라고 하기 어렵다”며 “조대현 사장의 인사를 보자면 KBS 내부 인적 쇄신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