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 “‘황우석 사태’ 두려움 느낀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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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출연 탐사보도 비하인드 스토리 밝혀

▲ 최승호 <뉴스타파> PD ⓒPD저널
탐사보도 베테랑인 최승호 PD에게도 ‘두려운 보도’가 있었다. MBC <PD수첩>의 CP를 맡았던 지난 2005년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을 제기했을 때다. <PD수첩> 제작진은 황우석 전 교수를 영웅시하는 보도 홍수 속에 제동을 걸었고 논문 조작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처럼 탐사보도의 필요성은 증명됐지만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기 어려운 작금의 언론 상황을 보면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최 PD는 말한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이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방송사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가 반복될수록  탐사보도의 입지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 PD는 지난 25일 출판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 출연해 책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철수와영희, 8500원)를 소개하면서 한국 언론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짚었다. 지난 6월  발간된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는 최 PD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와의 대담을 묶은 책으로 MBC <PD수첩>를 제작하고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 앵커로 활동하면서 느낀 한국 언론에 대한 최 PD의 소회가 담겨있다.

최 PD는 MBC <PD수첩>에서 ‘검찰과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취재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 PD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해직된 뒤 현재 <뉴스타파>에서 국가정보원의 간첩증거 조작사건 등을 깊게 다루고 있다.

최 PD는 ‘황우석 사태’를 탐사보도를 하면서 가장 두려움을 느낀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대형교회, 재벌, 국정원 등 권력 집단을 다룬 탐사 보도를 오래 해왔지만 ‘황우석 사태’는 두렵고, 혹시 공영방송인 MBC가 유기체로서 많은 상처를 입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며 “기존에는 권력집단을 정확하게 비판한다면 대중이 지지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황우석 사태는 대중이 손가락질하고 MBC 광고도 다 떨어져나가는 등 상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 PD는 지난 2005년 <PD수첩> 책임 CP였을 당시 한학수 PD가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이 허위라는 제보를 받아 심층 취재를 걸쳐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굴곡진 과정을 거쳐 황우석 교수의 논문은 허위로 밝혀졌지만 당시 <PD수첩> 제작진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처럼 한국을 발칵 뒤집은 <PD수첩>의 황우석 사태 취재 과정을 모티브로 삼아 영화 <제보자>가 제작됐으며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책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
최 PD는 ‘황우석 사태’ 방영 이후를 떠올리며 “사태의 진실이 다 밝혀졌는데도 시청률이 돌아오지 않더라”며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중요한 이슈를 다룰 수 있도록 일정 부분 보장해줘야 하지만 시청률 기준을 다른 프로그램과 같이 똑같이 적용하다보니 (편성 쪽에서) 다른 시간대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최 PD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이후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까지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더욱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땐 황우석 사건을 비롯해 한미FTA 체결을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었기에 언론 자유의 화두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방송사 사장이 선임되고 인사 뿐 아니라 정부를 비판하는 아이템은 아예 배제되는 상황에 다다랐다”며 언론의 정치적 독립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 PD는 입지가 좁아진 언론의 감시견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언론 스스도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갇혀있는 우리나라 상황이 바뀌려면 언론사의 상황이, 결국 어느 정파에도 휩쓸리지 않도록 방송사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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